[CEO 에세이] 한국정보공학 유용석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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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우리 경제는 지금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둡다.

고유가, 구조조정의 차질, 반도체 가격 폭락 등은 한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 사장과 MCI코리아 진승현 부회장 사건은 가뜩이나 어려운 코스닥 시장과 벤처업계에 더욱 큰 짐을 안겨 준 셈이 됐다.

그 여파는 테헤란밸리를 옥죄고 있다.

'벤처지주회사를 표방하며 금융업계로 진출한 벤처기업 중 일부가 도산할 것' 이라는 루머가 꼬리를 물고 있으며, 유능한 인력들이 다시 대기업으로 돌아가는 'U턴 현상' 을 보이고 있다.

10여분의 1로 토막 난 주가 때문에 재산을 날린 개미 투자가들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런 일부 벤처의 행태들이 결코 국내 벤처기업의 참모습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큰 돈을 만든 뒤 무분별한 기업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등 재벌 흉내내기에 나서는 사이비 벤처는 극소수인 반면, 밤새워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 참 벤처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이 변변한 기술 하나 없이 투자자들을 현혹해 온 일부 사이비 벤처가 사라지는 개혁의 출발점이 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참 벤처들까지 도매금으로 넘기는 분위기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극소수의 잘못을 일반화해 모든 벤처기업인을 공범인양 만드는 것은 선량한 벤처기업인의 벤처정신을 꺾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기술 개발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연구실에서 밤을 새는 벤처기업인들에게 격려를 보내야 할 때다.

위기는 곧 기회다. 환부는 곪아 터질 때 치료하기도 쉽다. 이번 기회에 국내 벤처업계의 환부인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이 더 밝게 빛나는 것처럼 성실한 벤처기업들이 재도약, 빛을 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를 위해 먼저 벤처기업이 자정 노력에 힘써야 한다. 벤처기업 스스로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한 벤처정신으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

어설픈 재벌 흉내내기를 그만두고 기술 개발 노력과 진정한 벤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도 필수적이다. 당국은 이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기술력, 경영능력에 의해 기업이 성장하는 풍토가 될 때 벤처기업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초석이이 될 것이다.

벤처기업인들은 이제 '정현준.진승현 악몽' 을 하루 빨리 털어버리고 벤처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한국정보공학 유용석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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