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언론문건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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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일 국회 문화관광위는 한나라당의 '대권 문건' 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으로 시끄러웠다.

민주당 심재권(沈載權)의원이 "문건은 언론자유 원칙을 훼손한 것" 이라며 공식 안건에 올릴 것을 요구하자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의원은 "습작(習作)에 불과하다.

야당이 언론을 그렇게 다룬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 며 안건 성립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민주당 윤철상(尹鐵相)의원 등이 "결코 습작으로 볼 수 없다. 굉장한 수준급" 이라고 주장하자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다시 "현 정권이 오히려 우호적.적대적으로 언론을 갈라 편파적으로 인사하지 않았느냐" 고 역공을 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의원은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논의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 라며 민주당 쪽 손을 들었다.

양당의 성명전도 뜨거웠다.

민주당은 서영훈 대표 주재로 당4역 회의를 열고 "이번 문건은 언론 길들이기와 함께 공권력을 마비시켜 대권을 잡겠다는 추악한 정권 쟁탈 공작 계획서" 라고 규정했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계획서는 이미 실행에 옮겨졌으며 한나라당은 실질적으로는 지난 2년간 대권 선거운동을 계속해 온 셈" 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민주당의 추가 문건 확보 주장과 관련, "민주당이 형편 없는 짓을 하고 있다" 고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추가 문건설을 흘린 민주당 이낙연(李洛淵)의원이 공식 사과.해명하지 않으면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 고 흥분했다. 그러면서 "추가 문건을 공개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자작극이고 공작정치" 라고 몰아세웠다.

맹형규(孟亨奎)기획위원장은 "우리 당과 언론을 이간시키려는 음모" 라고 반격했다.

하지만 이날 이 문제로 격전이 예상됐던 본회의 5분 발언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당은 6명씩의 의원을 내세워 '문건 공방전' 과 이에 맞불을 놓을 '청와대 총기 사망 사건' 을 다루려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국회 운영에 부담을 준다는 판단에 따라 정균환(鄭均桓.민주당).정창화(鄭昌和.한나라당)총무가 본회의 법안 처리가 끝날 무렵 5분 발언 취소에 전격 합의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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