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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 담긴 '남원 목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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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북 남원시내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전남 곡성쪽으로 가면 길이 2~3m, 지름 30~50㎝ 가량의 원목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목공예 공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목공예 공장 1백20여곳이 제기.밥그릇 등 목기를 만드는 남원시 조산동 일대 목공예단지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남원제기는 공정의 90%를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든다. 윤기가 유난히 많이 나고 수십년이 지나도 색이 변하거나 그릇에 금이 가지 않는 특징이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대도시에서 제기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렸었다.

그러나 70년대초부터 스테인레스와 플라스틱, 유리 제품이 쏟아지면서 일반의 관심에서 서서히 밀려나갔다.

3백여 곳에 이르던 목공예공장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남은 공장들이 대안으로 마련한 제품들이 쟁반.과일그릇.밥그릇.사각모반.술병.꽃병 등이다.

특히 나무 밥그릇은 밥을 오래 담아 두어도 밥의 색깔이 변하지 않고 쉽게 식지 않아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3년쯤 전부터 목기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공장마다 한달 평균 50~60명씩 찾아 최근 남원시내 전체 매출액이 20억여원에 이른다. 서울 등 대도시 백화점 등지에서의 주문량이 크게 늘고 있다.

30여년동안 목기를 만들어온 남원목기공예사 노동식(盧東植.61.전북무형문화재)대표는 "목기에는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야 제모습이 나온다" 며 "90년대초까지 목기가 팔리지 않아 전업을 생각했으나 5년전부터 수요가 늘어 다행" 이라고 말했다.

궁중 제사때에도 사용했던 남원 목기는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물푸레.들미.야막나무 등 질이 좋고 단단한 나무를 사용한다.

목기의 종류에 따라 원목을 토막 낸 뒤 형태를 갖추게 되는 초벌깍기(초갈이)를 하고 갈라짐이나 비틀림을 막기 위해 제기용 목재는 펄펄끓는 가마솥에 넣어 하루동안 삶은 뒤 45일간 말린다.

반면 꽃병 등 장식용 제품은 목재를 삶지 않고 그대로 90일 동안 건조시킨다.

건조된 목기는 재벌 깍기(재갈이)에 들어간다. 그후 목기 종류에 따라 거칠기가 각기 다른 사포로 곱게 연마질을 하게된다. 마지막으로 옻칠 작업을 마치면 목기가 탄생하게 된다.

목기 한개를 만드는데는 보통 55일~1백일 걸린다. 그만큼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이 듬뿍 들어간다는 얘기다.

집에서도 밥그릇으로 남원 목기를 사용한다는 김상기(52.전주시 덕진구)씨는 "목기가 가볍고 색깔도 은은해 밥맛이 더 좋은 것 같다" 며 "목기의 전통 수공(手工)기술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목기 가격은 제기셋트가 16만원~1백22만원.밥그릇은 1만5천원~2만원.꽃병 3만5천원.목항아리 3만원.쟁반 2만원 등이다. 063-632-3644.

남원=서형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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