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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정부 한반도 정책 전문가 좌담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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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로 조지 W.부시가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으로 사실상 확정됐다.중앙일보는 14일 전문가들로부터 새로 출범할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전망하는 특별좌담을 마련했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통일포럼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이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시행정부의 대한반도정책이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지만 클린턴 행정부의 ‘전면적 포용’에서 앞으로 ‘선택적 포용’으로 바뀔 가능성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장달중〓혼미를 거듭하던 미국 대선이 조지 W.부시의 승리로 끝났다.이로써 미국은 8년만에 공화당정부가 들어서게 됐다.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부시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스칼라피노〓솔직히 말해 부시가 아니라 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워싱턴의 아시아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부시 대통령당선자 이전의 전임 대통령 6명이 지난 30년간 추진해온 정책이다.미국의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또 부시와 앨 고어는 선거캠페인 기간에 정책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실제로는 두사람 모두 중도파(Centralist)정치인들이다.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스트럭〓전적으로 동감이다.다만 부시 행정부는 아시아 정책과 관련 전임자인 클린턴에 비해 몇가지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클린턴은 중국을 중시했는데 부시는 상대적으로 일본과 대만을 중시할 공산이 크다.또 부시는 국가미사일방위망(NMD)이슈에 대해 클린턴보다 애착이 큰 편이다.

따라서 부시가 NMD 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할 경우 이는 중국은 물론 북한에도 그 여파가 미칠 소지가 있다. 서울은 평양만 쳐다보지 말고 워싱턴의 NMD문제 추이를 면밀히 관찰해야만 할 것이다.

▶장달중〓공화당은 그동안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유화정책이라고 비난해 왔다.부시 대통령이 대북 강경책을 펼 가능성은 없는가.

▶스칼라피노=클린턴이 북한에 대해 전면적인 포용정책을 써왔다면 부시는 보다 선택적 개입(Selective Intervention)쪽으로 정책 선회를 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갑자기 고립주의로 복귀한다든가,주한미군을 철수한다든가 하는 급격한 정책 변동은 없을 것이다.또 북한이 미사일 수출과 발사를 양보한다면 미국도 그와 연계시켜 단계적으로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시켜 나갈 것이다.

유념할 점은 대규모 외부 지원없이 북한경제가 회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북한은 매년 1백80만t의 식량이 필요하고 공장가동률이 30%가 채 안된다.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카드를 활용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다.그러나 미국의 이런 정책도 평양이 호응해야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스트럭〓흥미로운 점은 클린턴의 방북 카드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나는 부시 대통령당선자가 클린턴에게 ‘평양에 가라’고 넌지시 암시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클린턴이 평양에서 대북 문제에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부시는 이를 활용하려 할 것이다.반대로 클린턴의 방북이 부정적인 결과를 낸다면 부시는 이를 묵살할 것이다.

▶장달중〓부시의 아시아 정책을 담당할 인맥을 짚어보자.현재 콜린 파웰 前합참의장이 국무장관으로 유력하다.파웰이 국무장관이 된다면 그는 한국 근무 경력을 지닌 최초의 국무장관이다.파웰은 주한미군 장교로 한국에 근무한 적이 있다.그밖에 누가 거론되고 있는가.

▶스트럭〓클린턴과 비교할때 부시 행정부에는 아시아통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부시는 백악관 외교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를 포함 모두 6명의 외교·안보 참모진을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월포위츠,아미티지,젤닉등 3명이 아시아통이다.부시 행정부에서 이들 아시아 3인방이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등 아시아 정책의 핵심 포스트를 차지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다뤄나갈 것이다.

▶스칼라피노〓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에 근무하는 제임스 켈리도 동아태차관보등으로 중용될 공산이 있다.한반도조정관인 웬디 셔먼은...글쎄.(웃으며)평양에 미국대사관이 개설되면 초대 대사로 임명될 지도 모른다.분명한 것은 외교·안보문제에 생소한 부시 대통령이 이들 외교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장달중〓남북관계 개선으로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이 감소됐다는 주장이 있다.부시 대통령당선자가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 철수내지 감축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없는가.

▶스칼라피노〓미의회와 일반인 가운데 언제나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들이 주류는 아니다.향후 10년내에 주한미군을 일부 조정하거나 재배치할 수는 있으나 본격적인 철수는 없을 것이다.

▶장달중〓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그동안 대북 문제를 놓고 클린턴 행정부와 호흡을 맞춰왔다.김대통령과 부시대통령의 외교적 궁합은 어떤가.두 지도자가 대북문제를 놓고 철학적·이념적 갈등을 빚을 소지는 없을까.

▶스트럭〓김대통령과 부시 대통령당선자 관계가 나쁠 이유가 없다.김대통령은 그동안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자신의 정책이 미국의 공화당 정책노선 범위를 어긋나지 않게끔 세심한 신경을 써왔다.

예컨대 햇볕정책 1항이 ‘북한의 무력 도발은 용납 않는다’고 돼 있는등 튼튼한 안보를 강조해온 것이 그 좋은 예다.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다고 해서 그리 큰 정책 선회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스칼라피노〓(웃으며)부시 당선자가 김대통령과 이념적 갈등을 벌일만큼 그리 깊은 철학적 견식이 풍부한 것같지는 않다.

지금 한 ·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서울과 워싱턴간의 정부간 협조가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정작 걱정은 한·미관계가 아니라 국내에서 김대통령의 지지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이 구조개혁을 지지부진하게 하는 바람에 한국경제는 상당히 침체된 상태다.지금 한국민들은 ‘국내 경제가 엉망인데 대통령은 노벨상이다 뭐다해서 외국에나 다닌다’고 김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이 잘 못된 것은 아니다.그러나 구조조정을 더디게 해서 야당에게 이런 비판의 빌미를 준 것은 김대통령의 실책이다.김대통령은 이제 좀더 국내 경제문제게 주력해야 할 때다.

정리=최원기 기자

<참석자>

▶장달중(張達重) 서울대 통일포럼 위원장(사회)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 버클리대 석좌교수

▶더그 스트럭 워싱턴포스트 동북아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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