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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연재 '남기고…' 5천회 맞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현재 중앙일보에 연재 중인 각계 명사들의 증언록인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이 오늘로 5천회를 맞았다.

'남기고…' 은 신문 연재물로는 보기 드문 롱런 히트상품으로서, 중앙일보의 간판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이 난에 실린 주인공들의 진솔한 자기고백은 개인사(個人史)의 차원을 뛰어넘는 생생한 역사 다큐멘터리였다.

'남기고…' 이 돛을 올린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비명에 간 '10.26사태' 직후인 1979년 11월. 제1화(話)의 주인공은 서은숙(1900~77) 전 이화여대 이사장이었다.

'신여성교육' 의 요람인 이화여대의 역사와 고락을 함께 한 그녀의 회고담은 장안의 화제였다. 그로부터 '남기고…' 은 93년 10월까지 제89화 4천6백53회를 이어갔다.

6년간의 휴식기를 거친 '남기고…' 은 새천년을 맞는 길목에서 예전의 싱싱했던 모습으로 부활했다.

지난해 3월 3일부터 국민감독 임권택의 '영화판, 징하요' (제90화)를 필두로, 강영훈(전 총리).이동원(전 외무장관).한필순(전 원자력연구소장).한복희(탑골주점 주인).박동진(판소리명창)을 지나 지금의 이호왕(학술원회장)씨까지 패기찬 릴레이를 계속하고 있다.

마치 영화를 보거나( '영화판,징하요' ), 주점에서 문인들과 탁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듯(한복희의 '풍류탑골' ), 또는 판소리에 취해(박동진의 '내 인생 소리에 묻고' ) 쉬엄쉬엄 달리다가도 풍운의 노정객이나 관료(강영훈.이동원), 과학.의학계의 산증인(한필순.이호왕)을 만나면 우리 현대사의 굵직한 순간들이 생생히 그려졌다.

'남기고…' 은 숱한 기록의 산실이기도 했다. 최장 연재기록의 주인공은 유진오(1906~87) 박사와 김동조(82) 전 외무부 장관. 둘 다 2백66회에 걸쳐 소개했다.

창군.한국전쟁 등 82년 연재 당시 군에 관한 최초의 기록물이었던 장창국(1924~96) 장군의 이야기도 2백54회를 이었다. 화제도 만발해 김은호(1892~1979) 화백의 '서화백년' 은 동양화붐 조성에 큰 몫을 했다.

5천회는 끝이 아니다. 매듭은 또 다른 시작의 출발점일 뿐이다. 거듭 독자들의 애정어린 질정을 바라며, 21세기에도 기대에 부응하는 '남기고…' 이 될 것임을 다짐한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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