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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2인의 '킹 메이커' 최종 결정 어디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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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 대선의 최종 승자를 가릴 연방대법원 결정의 캐스팅 보트는 두 중도파 대법관이 쥐게 될 전망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9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샌드라 오코너 대법관과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연방대법원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행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연방대법관 9명은 친(親)부시 성향의 보수파 3명, 친 고어 성향의 진보파 4명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중도파로 알려진 오코너와 케네디 대법관이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연방대법원 결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코너와 케네디 대법관은 플로리다주 수검표 중단을 명령한 지난 9일 다수의견 쪽에 섬으로써 부시측 입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두 대법관은 그동안 사안에 따라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며 보수파와 진보파 사이를 오갔다.

따라서 고어 후보측은 케네디와 오코너 대법관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은 재검표를 원하는 국민 여론을 의식, 마음을 돌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학자들과 언론들은 연방대법원의 최종 결정에서 고어측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1일 양측 변호사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는 구두심리 때 친 부시 경향을 내비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나온 질문과 평소의 판결성향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대법관들이 5대4로 부시 쪽을 지지한다고 진단했다.

당시 오코너와 케네디 대법관도 보수파 대법관들 쪽에 가세하는 바람에 고어측 변론에 나선 로렌스 트라이브 수석변호사가 진땀을 뺐다.

오코너는 "(선거일)7일 후가 (선거결과 확정)시한이라고 법으로 아주 자세히 규정돼 있다" 면서 "따라서 플로리다주 대법원에서 내린 결정(재검표 시한 연장)은 아주 획기적인 개혁인 듯하다" 고 지적했다. 오코너는 기본적으로 부시 진영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법원이 아니라 연방의회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케네디 대법관 역시 "(민주당이)제출한 응답서에서 현재 (대통령 선거인단 임명은)플로리다주 의회에서 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는 곧 본 법정에서 할 일도 아니라는 뜻이 된다" 며 고어측을 난감하게 했다.

그는 고어측 주장이 플로리다 주대법원에 그 주의 선거인단을 임명할 수 있는 최종 권한을 주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주대법원이 가진 실제 권한보다 더 많은 힘을 주려 한다는 얘기다.

보수파의 앤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은 지난 9일의 결정문에서 "제기된 안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일단 (수검표)중지 명령을 내린 것은 연방대법원의 과반수가 청원자(부시)의 승소 가능성을 상당히 크게 보고 있음을 시사한 것" 이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연방대법원이 결국 부시의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고 고어측은 어쩔 수 없이 이에 승복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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