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 출신만 CEO’ 로스차일드 전통 212년 만에 깨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영국의 금융 재벌인 로스차일드 그룹이 처음으로 가문 출신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준다. 212년 만에 처음이다. CEO를 겸직했던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회장은 앞으로 회장직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0일 로스차일드 투자은행 부문의 공동대표를 맡아온 니젤 히긴스가 로스차일드 그룹의 CEO가 된다고 보도했다. 취임식은 다음 달 열린다. 그는 10년간 투자은행 부문을 이끌어 왔으며 금융위기를 무난하게 극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히긴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CEO와 회장직 분리로 로스차일드 회장이 보다 자유롭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의 귀족’이라고 불릴 정도로 혈통을 중시하던 로스차일드 가문이 파격적 인사를 단행한 건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로스차일드 회장은 FT 인터뷰에서 “머물러 있고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미래가 아닌 과거로 간다”고 이번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로스차일드는 독일어 빨강방패(Rothschild)의 영어식 발음으로, 대표적인 유대계 금융 자본이다.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의 동전 수집에서 시작된 사업이 금융 거래로 확장됐다. 그의 셋째 아들인 네이선 마이어가 1798년 영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 현재 로스차일드 그룹의 모태다. 나폴레옹 전쟁 등의 혼란기에 채권 거래와 밀수를 통해 유럽의 부를 거머쥐었다. 지금은 인수합병(M&A)과 기업금융을 주로 하며 최근에는 프라이빗 뱅킹(PB)과 자산운용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 세계 34개국에 진출해 있다.

김경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