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한국 방문의 해 한 달 지났건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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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

한국 방문의 해가 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780만 명 유치라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으니, 한국 방문의 해 사업이 가동한 올해는 더 큰 성과를 기대해도 마땅해 보인다. 하나 1월 성적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뒤뚱대는 1월 레저 판 풍경을 중계한다.

하룻밤 싸움=지난해 12월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발표한 사업 계획서에 ‘One More Night’ 캠페인이란 게 있었다. 4박 이상 묵는 외국인에게 1박을 공짜로 재워주는 서비스다. 한국 방문의 해 기간 중 방한 외국인에게 제공되는 거의 유일한 혜택이다. 나머지 사업은 축제나 이벤트, 범국민 캠페인 따위다. 아무튼, 계획서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호텔 모집을 지난해 12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못 박고 있었다.

현재 상황이 궁금했다. 호텔 6곳이 전부였다. 캠페인에 동참한 호텔은 롯데호텔 5곳(서울 2곳, 지방 3곳)과 팔레스호텔이다. 눈에 띄는 건, 롯데호텔의 유난스러운 열성이다. 호텔 업계 매출 1위라는 품위 차원이라기보단 모종의 특수관계가 더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이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이다.

배보다 큰 배꼽=지난달 18일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이 올해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장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850만 명 유치가 목표라고 밝히는 자리에서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서울시가 올해 1000만 명 유치한다고 했으니, 서울시만 믿습니다.”

서울시 1000만 명 외국인 유치는, 서울시 관광사업을 맡은 서울관광마케팅이 발표한 수치다. 방한 외국인의 80% 정도가 서울시 방문객으로 계산되는데, 서울시 발표를 곧이 믿으면 올해 외국인 1250만 명이 들어온다는 얘기다. 정부 목표와 400만 명 차이가 난다. 참고로 우리나라가 외국인 관광객 연 400만 명을 넘긴 건, 겨우 12년 전 일이다.

통계의 속도=지난해 12월 24일 관광공사에 2009년 관광 통계를 요청했다. 관광공사는 신속하게 12월 입국자까지 잠정치로 계산한 자료를 보내왔다. 자료는 입국자를 국적으로 구분한 세부 통계와 전년 대비 증가율, 유례없는 성장을 이룬 원인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지난달 말, 1월 외국인 입국자와 한국인 출국자 현황 자료를 부탁했다. 관광공사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달 5일까지 1주일을 더 기다려, 다시 자료를 부탁했다. 그랬더니, 한국인 출국자는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고 외국인 입국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얼마나 감소했는지 따져 물었더니, 이달 말이나 돼야 알 수 있다며 지난해엔 설 연휴가 1월이었고 올해는 2월이니 달라진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정에 따라 집계 속도도 다른 걸 이제야 배웠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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