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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대리모 '매매' 성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자궁벽이 약해 임신을 못하는 A씨는 지난해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을 통해 30대 초반의 중국 동포 여성을 알게 됐다.

A씨 부부는 이 여성에게 의식주 해결과 함께 대리 출산 사례비로 1천2백만원을 주기로 하고 수도권의 한 불임치료 전문병원에서 올해 아기를 낳았다.

이처럼 중국 동포를 대리모(代理母)로 활용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금전을 대가로 하는 대리모 출산과 정자.난자 거래를 금지하는 보건복지부의 생명과학 보건안전윤리법 시안이 지난 4일 발표되면서 불임 부부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 실태=서울 및 수도권의 주요 불임치료 전문병원들을 대상으로 본지가 조사한 결과 그동안엔 대리모로 주로 친인척이 나섰으나 2~3년 사이 중국 동포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유명 불임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C씨는 "매년 5~7건 정도 이뤄지는 시험관 수정을 거친 대리모 시술 가운데 2~3건이 중국 동포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고 밝혔다.

경기도에 있는 한 불임치료 전문병원의 K원장은 "대리모 출산이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동료 의사들의 경험에 따르면 대리모 의 절반은 중국 동포일 것" 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 동포의 경우 선금.분만사례금을 합쳐 1천만~2천만원에 계약이 이뤄져 비용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인척 또는 국내 대리모는 친권(親權)문제나 상속권 다툼이 불거질 수 있는데 비해 중국 동포는 익명성이 확실히 보장된다.

중국 관련 국제결혼상담소 의 한 직원은 "중국 옌지(延吉)쪽에서 점조직 형태로 중국동포 대리모 모집이 성행하고 있다" 고 말했다.

◇문제점〓대리모 계약에서 중도 계약해지가 잦고 기형아를 출산할 경우 인수를 거부하는 등 중국 동포 여성들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신생아의 국적문제 등도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 시안대로 금전을 대가로 한 대리모 출산 등이 금지되면 1백여만쌍으로 추산되는 불임부부들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의대 김석현(金石鉉)교수는 "대가성 대리모나 정자 제공을 금지하면 불임부부들로선 외국으로 나가 애를 낳을 수밖에 없고 고액의 정자를 교환하는 암시장이 등장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정용환.하재식.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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