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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최용수 상복터져 싱글벙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결혼할 여자친구가 있다는데…" 라고 묻자 "아이 참" 하면서 뒷머리를 긁는다.

평소 말이 없는 편이다. 표정도 무뚝뚝하다. 그런데 그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말도 잘한다.

상복이 터졌다. 10년 만의 팀 우승에 시즌 최우수선수(MVP), 거기에다 연말에 신문사 등 각종 단체에서 주는 최우수선수상도 모조리 차지했다.

지난 7일에는 일간스포츠.KBS가 공동 제정한 골든볼 수상자가 됐고 8일에는 스포츠서울이 제정한 '올해의 선수' 상을 받았다.

최용수(27.안양 LG)에게 2000년은 평생 잊지못할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최용수의 눈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독수리' 라는 별명이 딱 들어 맞는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먹이감을 찾고 있다.

최용수는 내년 일본 J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현재 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와 협상 중이다.

그가 내세운 조건은 이적료 1백50만달러(약 18억원)에 연봉 1백만달러. 이치하라측에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지만 양보할 생각은 없다.

독수리가 노리는 먹이감은 오는 20일 한.일전과 내년 1월 3일 벌어지는 한.일 올스타와 세계 올스타의 한판 대결.

일본 진출을 노리는 최용수로서는 연이어 도쿄에서 열리는 두차례의 빅매치가 마치 자신을 위해 준비돼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느낀다.

올 시즌 14골.10어시스트를 기록, 스트라이커로서 뿐 아니라 도우미 역할까지 완벽히 하며 '축구에 눈을 떴다' 는 평가를 받을 만큼 컨디션이 좋은 것도 하늘이 돕는 것 같다.

요구하는 연봉을 다 받아내는 것은 물론 일본에서 입지를 확실히 굳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일본에도 최용수의 팬은 많다. 그의 강인한 이미지와 폭발적인 플레이에 반한 팬들이다. 한국 축구를 평정한 최용수에게 내년에는 일본 축구도 평정하라는 기대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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