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 이모저모] '최후의 심판' 장고 거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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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 대선사태는 플로리다주 대법원 결정으로 사실상 끝나지만 대법관들은 결정을 앞두고 막판 진통을 거듭했다.

○…7일 열린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심리에서 대법관들은 80분 동안 무려 81개의 질문을 던져 변호사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대법관들은 고어측 변호사들에게 재검표가 필요한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플로리다주 선거인단 선출 최종시한인 12일까지 어떻게 재검표를 끝낼 것인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대법관들은 수작업 재검표를 허용한 논리를 대라며 당초의 결정을 파기환송한 연방대법원의 4일 결정과 선거인단 선출시한 때문에 심한 부담을 느꼈으며 거리 시위대의 소음에도 시달리는 등 삼중고 속에 장고를 거듭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법관 사이의 의견도 크게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주 상.하원의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이 비교적 보수성향을 띤 민주당 의원들을 회유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7일 LA 타임스가 보도했다.

12일까지 25명의 주 선거인단이 확정되지 않으면 주의회가 선거인단을 임명할 수 있는데 공화당은 플로리다주 하원에서 1백20석 중 77석을, 상원에선 40석 중 25석을 차지하고 있어 선거인단을 모두 자당 소속원으로 구성할 힘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측이 의사진행 지연전술을 구사하면 플로리다주 의회가 선거인단 투표일인 18일 이전까지 주 선거인단을 뽑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공화당은 주 상원에서 두명, 하원에서 세명의 민주당 의원들을 각각 회유해 의사진행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전체의석의 3분의2를 차지하겠다는 속셈이다.

이를 위해 공화당측은 보수적 성향인 플로리다주 북부출신 민주당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주당도 수시로 의원총회를 여는 등 이탈 방지에 나서고 있어 공화당측 의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한달을 넘어 계속되고 있는 대선사태 취재.보도에 예산을 초과해 수백만달러(수십억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바람에 재정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7일 보도했다.

CNN의 경우 플로리다주 현장 취재인력만 85명에 이른다. 대선 직후 플로리다.내슈빌.오스틴에 취재기자 아홉명과 제작요원 21명을 투입한 폭스뉴스는 예산을 감당하지 못해 플로리다주 파견자를 기자 네명과 제작요원 11명으로 줄였다.

○…법률상 선거인단 개인은 원래 찍기로 약속한 후보가 아닌 사람에게 표를 던져도 문제가 없다.

따라서 플로리다주에서 부시가 승리를 거둬도 몇명만 반란표를 던지면 18일의 전국 선거인단 투표의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가주대 법대의 어윈 체머린스키 교수는 "선거인단이 누구를 선택하든 고어가 선거인단의 과반수인 2백70명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대통령이 된다" 고 밝혔다.

고어는 현재 절반에서 세명이 모자라는 2백6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하지만 선거인단은 각당의 열성 당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고어측도 공화당측 선거인단을 빼돌리지 않겠다고 이미 약속해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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