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분위기 X마스 트리로 따뜻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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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바깥바람이 전과 달리 차갑게 느껴진다. 들리는 뉴스마다 스산하기만 한 연말이다.

꽁꽁 얼어붙은 경제사정을 집안의 따뜻함과 포근함으로 감싸줄 수는 없을까. 서둘러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하고, 손재주를 발휘한 작은 소품으로 집안 분위기를 띄운다면 한겨울 훈훈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분당에 사는 정실근(72)할머니는 지난 주말을 바쁘지만 즐겁게 보냈다.

손자.손녀들을 불러모아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기 때문. 혼자 살지만 가까이 있는 자식들과 손자들이 수시로 드나들어 매년 크리스마스 장식을 열심히 한다.

외롭지 않다. 그래서 매년 12월 첫 주말은 아예 모두 모여 크리스마스 트리를 하는 날로 정해 두었다고 한다. 트리는 몇년 전 구입한 조립용을 몇해째 쓰고 있다.

정할머니는 "어릴 적엔 천사니 인형이니 하는 장난감같은 것들이 주종을 이루었는데 중.고등학생이 되니 추상적인 모양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좀더 세련되게 색깔을 맞추자고 다투기도 한다" 고 말했다.

할머니는 또 "손주들과 이렇게 보내는 것이 연말의 큰 즐거움" 이라며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매달아 놓은 장식들을 보고 있으면 외로움이 싹 가신다" 고 덧붙였다.

주부 윤지현(43)씨는 퀼트작품들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대신한다.

취미로 시작했던 퀼트를 전시회에까지 출품한 실력을 이용해 미니트리.천사 등을 만든다. 똑같은 퀼트라도 매년 장식을 조금만 바꾸면 재미있고 새로운 것으로 바뀐다고. 또 주변사람들에게 연말 선물로 간단한 퀼트장식을 선물하기도 한다.

윤씨는 "올해는 기업에 근무하는 남편의 기분전환을 위해 더 화사한 장식을 계획하고 있다" 며 "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부지런히 퀼트를 만들고 있다" 고 말한다.

강남의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김경희(31)씨도 현관문에 리스를 달고 거실에는 포인세티아 화분을 들여놓았다.

"귀찮을 수도 있지만 때에 맞추어 적당히 집안을 꾸미고 사는 것이 독신생활을 하는 데 큰 활력이 됩니다." 김씨의 말이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장식은 단순한 치장의 의미를 넘어 생활의 분위기를 바꾸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올해 시장에는 전통적인 빨강.초록 이외에 파랑색이나 보라색 등 종전에 쓰지 않던 색을 주조색으로 한 장식들도 많이 눈에 띈다.

또 아파트와 같이 주거공간이 좁은 사람들을 위한 미니트리 등 소형품이 늘어났다.

압구정동에서 인테리어 숍 '노아' 를 운영하는 최명수사장은 "크리스마스 장식은 꼭 빨강.초록.금색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고 조언했다.

이어 생일 파티의 소품으로 쓸 수 있는 '화이트 앤드 블루' 장식품(사진)을 자신이 고안한 것이라고 내보였다.

조립용 트리나 전구.장식품 등을 싼 값에 파는 강남터미널.남대문시장 등 도매점 이외에도 값은 조금 비싸지만 아예 장식을 다 만들어놓은 완제품 형태의 장식을 파는 곳도 늘고 있다.

또 소품을 겸한 가구점과 인테리어 소품가게처럼 크리스마스 장식을 취급하는 곳도 다양하다.

꾸미는 것 이전에 이곳저곳 다양한 장식품들을 구경하고 고르는 일, 집안에 어울리는 것을 사다가 꾸미는 일 등 크리스마스 집안꾸미기 전체를 연말기분을 즐기는 방법으로 삼으면 추워지는 겨울을 즐겁게 지내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신혜경 전문위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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