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퇴진론] 권노갑 위원 여론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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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의 6일 모습은 아침과 저녁에 달랐다. 아침의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탄식, 고민이 담겨 있었다.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을 정치적으로 이만큼 키워줬는데 이럴 수 있느냐" 는 분노 속에 '동교동 2선 후퇴론이 여론 흐름을 타는 것' 에 대한 고민이 깔렸다.

저녁 무렵 그는 격앙된 심정을 거두는 듯했다. "조용히 수습해야지…. 鄭위원이 큰 정치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다" 고 말했다.

◇ 오전, '왜 유언비어로 말하나'

- 지금 심경은.

"시중에 떠도는 날조된 악성 유언비어( '제2의 김현철처럼 인사개입.비리설에 연루돼 있다' )를 鄭위원이 꺼낸 것이다. 사실이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나. 대통령과 오랜 세월을 어떻게 보냈는데, 누(累)가 되는 행동을 하겠나. "

- 鄭위원과 만났나.

"청와대 회의(2일) 전에 鄭위원이 그런 얘기를 하길래 내가 '왜 유언비어를 가지고 말하나. 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고 했다. 회의 뒤 鄭위원이 전화를 걸어와 '미안하다' '가슴이 아프다' 고 하더라. "

- 鄭위원과 각별한 사이 아닌가.

"鄭위원을 정치에 입문시켜준 사람이 나다. 최고위원 경선 때도 나와 상의했다. 처음엔 주요 당직을 거친 후 나가라고 출마를 만류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길래 도와줬다."

- 鄭위원이 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나.

"鄭위원은 우리 당의 '야당 흑색선전 근절대책위원장' 이다. 그런데 'KKK의 비리의혹' 을 떠드는 한나라당 주장을 그대로 옮겨 2선 후퇴를 주장할 수 있나. 자기모순이다."

- 특정세력이 배후에서 사주했다는데.

"그런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밝혀질 것이다."

- 권력암투로 비칠 수 있지 않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 일부 의원과 당직자들이 鄭위원에 대한 징계문제를 논의했다는데.

"오래 야당을 같이 해온 사람들이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 국정쇄신을 위해 2선 후퇴론을 수용, 또한번 몸을 던질 생각은 없나.

"모든 것은 대통령께서 결정하실 것이다. "

- 이번 일과 관련한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나.

"없었다."

◇저녁, 청와대 통보 뒤 기자회견 취소

權위원은 감정을 누그러뜨린 표정이었다. 이 때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식 수행원 명단에 權위원이 빠졌다는 청와대의 통보가 있었다.

대신 "국내에 남아 분란을 수습하라" 는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직후 權위원은 "鄭위원이나 초선의원들이 나에 대한 충정에서 얘기한 것으로 생각하고 오해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당내 반권(反權)세력을 공격할 것' 이라고 예고한 權위원의 7일 기자회견이 취소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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