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합격한 전문계고 학생들 서석경·강성빈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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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에 합격한 서석경군은 “전문계고에 입학했어도 방황하지 말고 자신의 강점을 키워가며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정옥 기자]


전문계고 출신으로 올해 대학에 합격한 두 학생을 만났다. 이들은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했던 게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국·영·수, 방과후 수업으로 보충

정시 전문계 고교 출신자 특별전형으로 연세대 경제학과에 합격한 서석경(경기상고 3)군은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 때문에 전문계고를 택했다. 불광중학교 재학 시절 반에서 10등 안팎의 성적을 냈지만,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의 벌이로는 학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 그의 가족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다.

그러나 상고에 진학한 서군에게는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공부 잘하면 장학금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입학 직후부터 장학금을 받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처음에는 내신에 집중했다. 1학년 1학기 때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에서 2~3등급을 받았다. 전교 10~20등 수준이었다. 그러나 수능 모의고사 성적은 언어·수리 2등급, 외국어 4등급으로 전교 2~3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2학기 때 담임선생님이 부르시더라고요. ‘모의고사 성적이 좋으니 수능 공부에 집중하라’고 하셨어요.”

1학년 겨울방학부터 그는 수능 공부에 시간을 쏟아부었다. “전문계고는 인문계고에 비해 국어·영어·수학 과목시수가 적기 때문에 따로 공부해야 해요.” 방과후 수업을 들으면서 수능 공부를 했고, 오후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 방학에도 매일같이 학교에 나가 주요 과목 보충수업을 듣고, 자정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했다.

모의고사 성적 전교 1~2등으로, 2학년 때부터는 한 달에 80만원씩 동문장학금을 받으면서 문제집 구입비용 걱정도 덜 수 있었다. 취약 과목은 장학금을 활용해 단과학원에 다니면서 보충했다. 그는 수능에서 외국어영역(2등급)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회계과목 등 경영·경제 관련 과목을 배웠기 때문에 대학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고 출신 최고의 경제학자가 되겠습니다.”

중학교 교과서 다시 보며 기초 다져

전교생 495명 중 492등. 올해 은곡공고(서울 아이티(IT)고로 교명 변경)를 졸업하는 강성빈(19)군의 불암중 재학 당시 성적이다. 그러나 강군은 2010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에서 동국대 생명과학과와 인하대 자연과학부, 단국대 분자생물학과에 동시 합격했다. 강군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떨어질 것 같아 ‘울며 겨자 먹기’로 공고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내신성적 전교 1등을 유지하며 결국 대학 합격의 꿈을 이뤄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아들이 인문계고 갈 성적도 안 된다’며 어머니가 눈물을 보이셨어요. 고등학교에 올라와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죠.” 그러나 강군은 고교 진학 후에도 중학교 때 배운 내용을 몰라 애를 먹었다. “내신 위주로 공부했어요. 모르는 내용은 무조건 쓰면서 외우는 방식이었죠.” 1주일에 세 차례 이뤄지는 방과후 수업을 받으며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보충했다. 이해 가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중학교 교과서를 꺼내 기초부터 다시 공부했다.

시험 2~3주 전부터는 교과서를 암기했다. 국어와 영어는 교과서를 복사해 어려운 단어나 구문을 수정액으로 지운 뒤 그 부분을 모두 채울 수 있을 때까지 교과서 지문을 외웠다. 수학은 공식 유도과정을 암기한 뒤 문제 유형별로 50~100개씩 골라 풀었다. 매번 시험 준비 과정에서 풀었던 수학 문제만 1000문항이 넘는다.

강군은 수능보다는 학생부 관리에 치중하기로 했다. 2학년장과 학생회장을 역임하며 임원 경력을 쌓았다. 또 주말이면 인근 재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3년 동안 봉사활동 시간만 350시간. 고교 시절 봉사활동으로 국회의원상과 교육감상 등을 받기도 했다. 결국 그는 교과 성적과 봉사활동, 학생회 임원 경력 등을 인정받아 대학에 합격했다. “중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전문계고에 진학했다고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인문계고보다 내신성적 확보가 유리하잖아요. 고교 재학 중 취득한 전자기기 기능사 자격증도 활용할 날이 있겠죠.”

글=최석호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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