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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과고 부럽잖다, 대접 받는 전문계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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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와 공기업에까지 진출한다. 이런 추세에 맞춰 최근 전문계고 신입생들의 학업 성적과 우등생들의 입학비율도 해마다 오름세다.

박정식 기자

청년실업난 속에서 대기업 취업 관문을 뚫은 전문계고 졸업생들은 “사회에서 특기적성에 맞는 실무경험을 먼저 익힌 뒤 필요에 따라 학업을 병행하며 진로를 개척하겠다”고 다짐했다. 왼쪽부터 백초희·유경옥양, 백인규군, 이소영양. [김진원 기자]

금융·관광업계·공기업서 “어서오세요”

실력에 반한 회사, 입사지원 기준까지 바꿔

서울 프리마호텔(특급)은 2년 전 신입사원 채용 규정을 바꿨다. 입사지원 자격 기준을 전문대졸 이상에서 전문계고(관광 계열) 이상으로 낮췄다. 연봉·복지·인사·승진 관련 혜택도 고졸과 대졸 간 격차를 없앴다. 이 호텔 이상준 대표가 “실력 있는 인재 발탁에 제한이 있어선 안 된다”며 인사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이 대표는 2007년 이 호텔에 실습하러 온 당시 서울관광고 3학년 김미영·송민수·권민희 학생의 실무능력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 김정훈 총무팀장은 “서비스 능력이 숙련돼 있고 고객을 대하는 예절과 태도가 경력자 못지않았다”며 “대졸 신입사원도 별도 사내교육을 받아 기본 능력을 갖추기까지 보통 6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호텔 측은 서울관광고를 찾아가 레스토랑까지 갖춘 교내 실습실과 교육 과정을 본 뒤 호텔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이들을 특별채용했다.

금융자격증 취득해 증권가로도 진출

전문계고 졸업생들의 취업 업종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 제조·생산·은행 사무 위주에서 최근엔 증권사·보험사 등 금융상품 운용 분야로도 진출한다. 이들은 대졸자들도 어렵다는 금융자격증까지 취득해 취업전선에서 경쟁력과 몸값을 높이고 있다. 해성국제컨벤션고 송필규 취업담당교사는 “금융계 취업생의 초임 연봉은 평균 2300만원 안팎으로, 성과급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올해 신입사원 38명 중 19명이 전문계고 출신이다. 삼성그룹직무적성검사(SSAT)와 임원면접 2차례로 경쟁을 치렀다. 서울여상 금융정보과를 졸업하는 백초희·유경옥·이소영양은 지난해 7월 일찌감치 합격증을 따 놨다.

이들은 일임투자자산운용사·증권투자상담사·파생상품투자상담사 등 금융자격증과 전국고교증권경시대회 수상, 금융정보반 동아리 활동 실력으로 무장했다. 미래 억대 연봉의 개인자산관리사(Private Banker)가 꿈인 이들은 “내 특기적성을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전문계고를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전력에도 올 초 수도전기공고를 졸업하는 10명이 합격했다. 이들은 산학협력 교육과정에 따라 졸업 전 1년 동안 한전에서 수습을 밟아 정규직원이 됐다. 백인규군은 “영어시험과 면접으로 정원의 3배수 지원자 중 최종 10명이 선발돼 인턴 1년을 거치게 된다”며 “학교 추천을 받아야 하므로 고교 내신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계고 신입생 평균성적 상승세

진로를 일찍 결정지으려는 학생들이 늘면서 특성화 전문계고의 입학 문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해성국제컨벤션고는 합격생 평균 내신이 2008학년도 23%에서 지난해 18%, 올해 16%로 상승하고 있다. 다른 학교들도 마찬가지여서 선린인터넷고 13%, 서울여상 16%, 서울관광고는 25%대로 합격선이 해마다 1~2%씩 오름세다. 서울여상 박진숙 교사는 “조기에 특기적성을 찾아 소신 지원하는 경향이 확대되는 중”이라며 “선취업 후학업으로 실무 경쟁력을 높이려는 인식의 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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