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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한인파워] 下. 실력예감(스태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할리우드의 힘은 어디서도 흉내낼 수 없는 시스템에서 나온다. 할리우드라고 하면 화려한 배우와 유명 감독들이 전부인양 비치지만 그들 뒤에는 시스템을 떠받치는 스태프가 버티고 있다.

그들이 있기에 할리우드가 원활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여기서 스태프는 배우의 법적 대리인인 에이전트, 사업의 법적 타당성을 조율하는 법률 고문, 그리고 특수효과.음악 등 실무 영화 제작진을 포함한다. 이들 분야에서도 한인들의 활약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폭스 시스템은 너무 느리다" 며 올 2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를 뛰쳐나와 노바스타를 차린 고든 신(37)은 할리우드 벤처 기업의 사업 자문을 맡아 서로 연결하는 법률 전문가다.

3년간 20세기 폭스사의 법률 분야를 책임지며 잘 나갔던 그가 그 안에 안주하지 않은 것은 할리우드에서도 새로운 분야로 떠오른 인터넷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할리우드의 시스템에 누구보다 정통한 그는 영화 관련 솔루션과 콘텐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영화 산업과 관련한 할리우드 웹 사이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사업 전망이 밝다" 며 "앞으로 실리콘 밸리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싶다" 고 말했다.

고든은 하버드 법대를 졸업했으며 TV드라마 '제너럴 호스피털' 등에 출연한 연기자이기도 하다.

USC(남가주대)와 노스 텍사스대학에서 각각 재즈와 영화음악을 전공한 남수진(32)씨는 영화 '엔트렙먼트' '허리케인' 등에서 유명한 영화 음악가 크리스토퍼 영과 함께 음악 제작에 참여했다.

크리스토퍼 영과는 사제지간으로 만났지만 영이 남씨의 실력을 인정, 음악 제작자로 스카우트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장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할리우드 활동의 관건" 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기회가 닿으면 한국 영화 음악도 맡아보고 싶다" 는 희망을 밝힌다.

음악 부문에선 음반제작자 마이클 박(29)을 빼놓을 수 없다.

인종 차별 반대운동을 벌여 미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그는 인디 음반회사인 아시안맨 레코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그는 흑인 랩 가수 아이스 큐브가 한인을 비하한 '블랙 코리아' 를 내놓자 이에 대한 반박으로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담은 '아이스 큐브' 란 곡을 발표, 눈길을 끌었었다.

새너제이대학을 졸업한 그는 지난 3년 동안 코리아 걸 등 12개 록 그룹과 계약하고 55개의 음반을 제작했다.

에릭 김(33)은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한인 에이전트 중 한 명.

'라이언 일병 구하기' '패트리어트' 등의 시나리오를 쓴 로버트 로닷과 '페이스 오프' 의 마이클 콜레리와 함께 일했다.

그는 현재 에이전트뿐 아니라 영화 제작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뉴라인 시네마와 장편 코미디 '맨차일드' 제작을 협의 중이다.

드림웍스.선댄스 영화제 등에서 마케팅과 제작 실무를 익힌 아이린 조(30)는 할리우드에 두루 인맥을 포진하고 있는 이로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사 고스타닷컴(http://www.gostar.com)으로 옮겨 활약 중이다.

한국계가 중심이 돼 올 3월 설립한 고스타닷컴은 캐스팅.제작.마케팅.배급 등을 맡는 회사로 최근 그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아이린 조는 드림웍스에서 '이집트 왕자' 등의 제작에 참여했으며 드림웍스와 제일제당이 합작하는 작업에도 실무를 맡았다.

이밖에 애니메이션 웹사이트 (http://www.angrylittlegirls.com)를 운영하고 있는 애니메이터 릴라 리(25)는 1998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TV광고 모델로 출연, 광고모델로 더 유명한 인물.

98년 미국에서 개봉된, 한인 청소년들의 애환을 그려 호평받은 영화 '옐로' 에도 출연했다.

또 '볼케이노' '타이타닉' 'X파일' 등에서 컴퓨터 특수효과를 담당해 주가를 높이고 있는 케이트 최는 '볼케이노' 에서 윌셔가로 분출된 용암이 아스팔트로 쏟아지는 장면 등을 직접 만들어냈다.

각기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의 활약은 할리우드뿐 아니라 한국의 영화계에도 자극을 줄 것이 분명하다.

로스앤젤레스〓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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