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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의 보석 크로아티아 여행객들에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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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파란 하늘이 호숫가에 살포시 내려온다. 호수에 비친 하늘을 찌를 듯한 원시림의 모습을 가르며 보트가 지나간다. 다리를 사이에 두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16개의 호수.

곳곳에 크고 작은 폭포는 쉴새없이 포말을 날린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일상에 쫓기며 억눌렸던 번뇌와 시름이 속까지 비치는 맑은 호숫물에 말끔히 씻긴다. 낙원(樂園)이 따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놓게 된다.

크로아티아는 프랑스 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3위에 올랐던 신흥 축구강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인종과 종교문제로 서로 피를 흘리며 유고연방에서 독립을 선언했던 신생 독립국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내전에 휩쓸렸기 때문에 '전쟁' 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국내에서 개봉된 '비포 더 레인' 이나 '피스메이커' 는 '피의 역사' 로 점철된 발칸반도의 아픔을 그렸던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다.

그러나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와 함께 곳곳에 고풍스런 성당과 유적,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천혜의 관광자원이 산재해 있어 유럽에서도 가장 매혹적인 휴양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인구 1백20만명의 고풍스런 수도 자그레브는 대성당이 위치한 반겔라치치광장을 중심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구시가지는 성당 등 12~19세기의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아 분위기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도시 북쪽 쿰로베치 민속마을에는 유고연방의 전설적 지도자인 요시프 티토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

스플리트시에는 3세기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노후를 보내기 위해 지은 궁전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로마시대의 궁전을 3천여명의 시민들이 아파트로 사용하고 있어 군데군데 빨래가 걸려 있는 풍경이 독특하다.

종탑 '옥타고나' 에 올라가 한눈에 시내를 내려다본 뒤 광장 맥주집에서 토종 맥주인 '오쥐스코' 한잔을 걸치는 맛이 그럴 듯하다.

스플리트시는 달마시아 지방의 중심도시. '1백1마리 달마시안' 의 점박이개 달마시안의 고향도 여기다.

최남단에 위치한 두브로브니크시는 크로아티아에서 첫번째로 손꼽히는 휴양지. 지중해와 아드리아해가 만나는 아름다운 해변에 서있는 고성이 유명하다.

크로아티아 내전 때 폭격을 맞을 뻔했지만 프랑스 지식인들의 반대 시위로 위기를 모면했다.

대리석으로 된 성의 내부에는 교회.성당.미술관.극장 등 중세의 모습이 거의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크로아티아 곳곳에서 실감하는 '보존의 미학' 이 여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고도(古都)를 배경으로 현대식 사무실.점포들이 빚어내는 부조화의 조화가 두브로브니크시를 처음 찾는 여행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크로아티아〓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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