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엄기영 “공영방송 MBC를 계속 지켜달라” 마지막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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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MBC 사장이 사장직을 내려놓는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엄 사장은 2월 8일 오후 MBC 사내게시판에 '사랑하는 MBC 임직원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퇴 의사를 밝힌 심경과 MBC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엄 사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MBC 가족 여러분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려 한다. 오늘로서 36년 간 가족처럼 사랑해 온 MBC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글을 열었다.

엄 사장은 "위중한 시기에 사장직을 내놓게 된 점에 대해 우리 구성원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을 뚫고, MBC를 두 번째 반세기의 길목에 안착시키고 나가자는 것이 내 각오였지만 지금의 상황은 사장으로 남는 것이 MBC의 위상에 오히려 누가 될 수 있는 국면인 것 같다"고 사의를 표명하게 된 심경을 털어놨다.

엄 사장은 "돌이켜 보면 지난 2년은 MBC 역사상 그런 2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사다난했다. 방통융합과 방송업계를 둘러싼 재편 논의가 대세였던 취임 초기, 나의 목표는 공영성을 강화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방송산업을 둘러싼 변화의 물결에 기민하게 대처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을 훨씬 넘을 만큼 더 복잡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끝으로 엄 사장은 "후배들에게 무거운 짐만 넘기고 떠나는 것이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울 따름이다. 앞으로도 좋은 방송 만들고 공영방송 MBC를 계속 지켜달라는 것이 물러가는 선배의 염치없는 부탁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엄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임시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엄 사장은 MBC 대주주인 방문진의 신임 이사진 결정에 반발해 사퇴를 결정했다.

엄 사장은 이사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 일로 방문진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도대체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MBC 사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신임 임원으로 윤혁 부국장, 황희만 울산MBC 사장, 안광한 편성국장 등 3인이 선임됐으며, MBC 노조는 이같은 결정에 반발해 총파업 결의 찬반 투표를 진행할 전망이다.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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