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부회장 수배 석달 어떻게 지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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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8월 한스종금의 비자금 수사가 시작된 뒤 잠적했던 MCI코리아 진승현 부회장은 도피 중에도 기업 인수를 시도하고 빚을 갚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이같은 陳씨 행동의 일거수 일투족을 체크하며 내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陳씨는 서울지검의 수사가 진행되던 초기에는 애인인 Y양의 집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陳씨는 법무부장관.검찰총장.대검 고위 간부 등을 지낸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 검찰에 "주변 정리를 위해 며칠 간의 말미를 달라" 고 부탁하는 등 시간벌기 작전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이 전격적으로 한스종금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본격적인 도주생활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陳씨는 부산.대전.서울을 수시로 오가며 이번 사건 관련자를 거리낌없이 만나는가 하면 일부 친분이 있는 언론인을 통해 수사상황 등을 전달받기도 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실제 陳씨는 지난달 말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 들러 회사 관계자와 장시간 회의를 하며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자신의 반박논리를 준비해 온 것이다.

또 陳씨는 도피 중에도 수억원의 돈을 지니고 다니며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는 "10여일 전 부산에서 대전으로 거처를 옮긴 陳씨는 최근에는 서울로 올라와 애인인 Y양 등과 서울 강남의 모 술집에서 술을 마시기도 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陳씨는 특히 도피생활 중에도 사태 수습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陳씨는 지난달 27일 자신이 사용했던 중소기업진흥자금 40억원을 갚았다.

지난 9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2개월 동안에는 모 화학업체의 인수를 시도하는 등 새로운 사업구상에 몰두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같은 陳씨의 행동반경과 도피생활 방식 등을 파악하고 있었다.

왜 빨리 陳씨를 검거하지 않았느냐는 여론의 비판에 검찰은 "사건의 성격이 복잡해 방증 확보가 더 필요했기 때문" 이었다고 해명한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경우 자칫 사건이 미궁에 빠질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해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陳씨를 추궁할 계획이었다" 고 주장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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