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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온정은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연말이다.

올해도 1일부터 전국적으로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 운동이 시작됐고 얼마 안 있으면 거리에 구세군 자선냄비도 등장한다.

그러나 또다시 닥쳐온 경제난과 대량실업 불안감으로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내가 어려우면 불우이웃은 더 어렵다" 는 마음으로 온정을 베푸는 이가 적지 않다.

뭉칫돈 선심은 예년같지 않지만 푼돈을 모으고 쌀.이불.옷가지 등 현물로 돕는 사례들이 많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서 조그만 철물잡화점을 운영하며 부인과 단 둘이 사는 박성하(朴晟夏.82)옹. 그는 최근 겨울철 경로당 난방비에 써달라며 3년 동안 모은 1천만원을 충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쾌척했다.

주민들은 "朴옹은 명절 때를 제외하고 돼지고기 한번 사먹은 적이 없고 밑창이 너덜너덜한 고무신을 때워 신는 분" 이라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서 혼수품점을 운영하는 정억순(63)씨도 지난달 29일 이불 5백20점(시가 7천여만원)을 경남도에 전달했다.

鄭씨는 연말까지 모두 1천점을 만들어 혼자 사는 노인 등에게 '따뜻한 겨울' 을 선물하겠다며 이웃 5명과 함께 계속 이불을 만들고 있다.

이웃을 돕는 마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 을 보여줄 때 더 빛난다.

10년째 경기.충남지역 시골장 등을 돌며 의류 노점상을 해오던 장세동(45.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씨는 아동복 1백60여벌을 지난달 27일 아산시 어린이 보호시설인 정애원과 뿌란나 애육원 원생 1백여명에게 전달했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어린이집 25곳 1천9백명의 어린이들은 1년 동안 꼬박꼬박 모아온 코묻은 돈으로 결식아동 25명을 돕기로 했다.

어린이들은 오는 5일 성동구청 회의실에 모여 돼지저금통을 딸 예정이다.

또 충북도 학원연합회(회장 徐江錫)는 지난달 30일 불우 청소년들과 실직자를 위해 무료수강증 9백8장(약 8억3천만원)을 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도내 외국어.속셈.입시.예체능 학원은 물론 열관리.자동차정비.요리.미용.간호 등 직업훈련 학원 등 9백8곳이 각각 한장씩 내놓았다.

안남영.김상진.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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