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화사 집대성한 안휘준 교수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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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람들은 흔히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인정하지만 어떤 작품이 어떻게, 왜 위대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학계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 부족을 그 이유로 꼽는다. 심지어는 우리나라 미술사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누구나 사료(史料)부족을 절감한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서울대 안휘준(安輝濬·60·고고미술사학)교수는 이 땅에 미술사가 정착할 수 있는 초석을 놓은 사람 중 하나다. 미국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1974년 이후 ‘조선왕조실록의 서화사료’와 ‘신판 한국미술사(김원룡·안휘준 공저)’를 비롯해 22권의 전문서와 79권의 논문을 발표했다.

올해로 회갑을 맞은 그가 지난 30여년간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전문 학술서인 ‘한국 회화사 연구’(시공사,3만5천원)와 ‘한국의 미술과 문화’(시공사,1만8천원)를 냈다.

지난 30여년간 안교수가 발표한 한국 회화사에 관한 논문 28편을 수록한 ‘한국 회화사 연구’는 8백6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전문 논문 모음집.

그렇다고 지레 주눅들 필요는 없다. 책값이 좀 비싼 것만 제외하고는,일반독자에게도 좋은 책으로서의 요건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삼국시대에서 조선말기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로 총론과 중국·일본 회화와의 교섭을 다룬 글을 함께 실어 동아시아권의 미술사의 변천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안교수는 “이번에 낸 두 권의 책은 지난 4월 출간한 ‘한국회화의 이해’(시공사)와 함께 일반독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한글로 풀어쓴 전문서적이자 한국 미술사의 심층적인 개설서”라고 말한다.

특히 ‘한국의 미술과 문화’는 일반인들의 전통미술 이해를 위한 노력은 물론,우리나라 문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았다는 점에서 그간의 저서들과 차별을 뒀다.

“20년전 글들도 함께 싣다보니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시비’‘독립 문화부·문화재청 설립을 바란다’등 시의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20년전 주말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박물관·미술관으로 끌려다니던 어린 아들이 “아빠는 과거를 연구하지만 내 관심분야는 "미래"라는 말에 현대미술학은 물론, 관심분야를 문화전반으로 확대하게 됐다.

스승인 김재원·김원룡선생의 지도로 미술사에 입문하게 됐다는 그는 “70년대 이후 국내에 ‘미술사’라는 학문이 자리잡은 것,또 인문과학분야에서 한국어문학과 한국사 다음으로 후학들의 업적이 많다는 점”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지난 30년간 국내 저술활동에 전념했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영문판 한국미술사와 한국회화사연구·한국회화사를 완간하는 일입니다. 내가 닦은 기초위에 후배들이 화려한 업적을 꽃피웠으면 좋겠습니다.”

푸른 청춘기에서 흰머리 내려앉은 60에 이르기까지 국내 미술사학의 버팀목이 돼온 학자는 그간 중국과 일본 전통미술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우리 미술의 우수성을 후학들이 전세계에 입증해줬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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