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공원 유치 놓고 47억 '헛발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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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북 무주군은 태권도공원을 유치하기 위해 1억7천2백만원의 예산으로 홍보 팸플릿.CD를 제작.배포하고 세미나 등의 행사를 십여 차례 가졌다. 군수와 담당 공무원들은 서울 등으로 오십여 차례나 출장을 다녀왔다.

그러나 최근 관계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기대감에 부풀었던 주민까지 허탈감에 빠졌다. 태권도공원 사업 자체가 유보됐기 때문이다.

지난 1년여 동안 무주군처럼 태권도공원 유치에 많은 예산과 행정력을 쏟아온 시.군.구는 전국 24곳.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이들 지자체가 지난 9월 말까지 쓴 예산만 모두 1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 지역 유치위원회 등에서 지출한 돈은 지자체 집행예산의 3~5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화관광부는 최근 태권도공원 유치 신청을 한 이들 자치단체에 "종합적인 타당성 조사를 내년 9월까지 다시 벌인 뒤 결과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 고 통보했다.

문광부는 지난해부터 태권도공원 건립사업을 추진, 지난 6월 유치 신청을 받았고 8월 말까지 대상지를 선정키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선정 시기가 10월 말, 11월 말로 거듭 연기되다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기대에 부풀었던 자치단체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중앙정부의 졸속 행정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박지원(朴智元)전 장관에 의해 추진되다 장관이 바뀐 뒤 사업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며 분통을 터트렸다.

2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해외 태권도단체 본부 유치와 '군민대회 등을 벌여온 충북 진천군과 보은군 등은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 태권도공원이란=태권도 종주국의 상징물을 공원 안에 조성해 세계적 명소로 가꾸는 등 국가 전략상품화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부지 1백만여평은 지자체가 내놓고 총 5천억원(국비 2천억원과 민자)을 투자해 200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이찬호.이해석.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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