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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환자 권리찾기 모임 결성 이종찬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1일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선 이색적인 행사가 열린다.

'환자권리 선언식' 선포와 '환자 권리찾기 모임 결성식' 이 바로 그것이다.

이 행사를 주도한 이종찬(43)아주대 의대 교수는 "지난 10월 의료와 우리 문화를 접목하기 위해 '몸과 마음' 이라는 단체를 설립한 뒤 처음 펼치는 사업"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의료역사.사상을 전공,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과대학 내에 의사학(醫史學)과를 설립했다. 스스로 '문화디자이너' 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그의 학문적 배경에서 비롯됐다.

"전통의학에서 의료와 우리의 삶은 한 뿌리였습니다. 하지만 현대의학으로 오면서 의료는 의사의 전유물이 되었고 개인은 무절제한 생활로 건강을 파괴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기형적 형태로 발전했죠. "

그가 벌이는 문화운동은 의사들은 환자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환자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디자인' 해 '생활 속의 건강' 이라는 의료의 본질을 찾게 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의사들의 파행진료로 환자들은 진료를 받을 권리를 잃어버렸습니다. 환자 권리찾기 운동은 의사와 환자의 붕괴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일종의 문화운동입니다."

이 결성식에는 70여개의 질병별 환우회 대표와 의사.변호사.철학자 등이 참석해 환자의 권리선포식과 함께 환자 권리찾기에 관한 구체적 활동을 논의한다.

'몸과 마음' 은 새로 결성한 환자 권리찾기 모임의 운영기금을 일부 지원하면서 행정적 도움도 줄 예정이다.

또 환자의 다양한 권리 내용을 담은 책 '아픈 것도 서러운데' 에 이어 암환자들의 병상일기도 출판할 계획이다.

'몸과 마음' 의 재정은 이름을 밝히지 않는 서너명의 의사들이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의료인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의사가 되자" 다.

청진기나 첨단 의료장비보다 손을 한 번 잡아주는 것이 영성(靈性)적 차원에서 더 높은 치료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올 겨울방학 동안 의대.치의대.한의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학, 역사와 철학 앞에서 겸허하기 위해' 라는 주제로 문화강좌도 열 예정이다. 751-5955.

글=고종관,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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