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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위기탈출 카드 없나"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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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한.중.일' 정상회담의 참석했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9일 귀국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헝클어진 민심을 다독거리기 위한 국정 쇄신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28일 소속 의원 총회에서 "국정 운영이 대단히 어렵게 됐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심이 많이 불안해졌고 정부.여당의 신뢰가 떨어졌다" 고 지적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의 귀국을 전환점으로 전반적인 민심 수습과 여권 체제 정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徐대표는 金대통령에게 당 차원의 쇄신책 보고를 예고했다.

이날 의총 직전 열린 徐대표와 권노갑(權魯甲).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 등 8명이 참석한 최고위원 간담회에선 '근본적인 민심 수습책' 이 집중 거론됐다고 한다.

최고위원들은 다음달 초 워크숍을 열어 난상토론을 벌인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귀국 후 金대통령에게 올라갈 국정 쇄신책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정 정비 통한 돌파책=徐대표는 이날도 "당 발전과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많아 (대표로서)반성한다" 고 토로했다. 당 일각에선 한때 "徐대표가 사퇴의사를 간접 표명한 것 아니냐" 며 긴장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만큼 당직 개편.정비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익명을 부탁한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무조건 등원으로 분위기를 선점(先占)한 데 대한 대응으로서도 당직 개편이 거론되고 있다" 고 말했다.

다만 "그 폭과 시기, 내각과 청와대 일부를 포함할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고 전했다.

국회직을 가진 한 중진 의원은 "金대통령이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정기국회 도중에 당정 개편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이라며 "과거의 사례를 따져보면 정기국회(12월 9일까지) 뒤인 연말께 개편을 검토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의 경우 金대통령의 노벨상 시상식 참석(노르웨이 12월 10일)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내치(內治) 혼선을 이유로 노벨상 시상식 참석에대해 정치권 일부에서 시큰둥해 하지만, 국제신인도 제고를 위해선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면서 "다만 민심 불만을 다독거리기 위해 당직 개편을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고 전망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기 위해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의 경제팀은 유임될 것" 이라면서 "다만 이기호(李起浩)청와대 경제수석은 내각 경제팀과의 팀워크 부족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고 전했다.

◇초당적 협력방안 모색=여권에선 金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영수회담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민심 악화의 배경에는 빈번한 정국 파행이 깔려 있다" 면서 "여야 협력의 틀을 재정비해야 한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李총재를 영수회담장으로 끌어올 카드가 마땅치 않다" 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徐대표는 의총에서 "앞으로 국회 파행은 없도록 노력하겠다" 고 거듭 다짐했다.

이양수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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