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중층 아파트 1대1 재건축 … 분양 수입 많아 비용 적게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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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강남에서는 대형 아파트가 모여 있어야 가치가 더 상승합니다. 102㎡형을 리모델링하면 132㎡형으로 커지지만 1대1 재건축을 해봐야 111㎡형밖에 안 됩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 재건축추진위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한 조합원의 글이다. 리모델링할 경우 가구당 전용면적이 30% 늘어나면서 대형 아파트가 모인 고급 단지가 되지만, 전용면적 10% 이내로 늘어나는 1대1 재건축을 하면 가치상승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정부가 아파트단지를 리모델링하면 전용면적의 30%까지 늘리고 공용면적도 증축할 수 있도록 입법예고하자 서울 중층(10~15층)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층 아파트 재건축의 가장 큰 문제는 들이는 비용에 비해 집 크기가 기대만큼 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 논현동 경복, 대치동 은마·청실, 압구정동 현대, 잠실 주공5단지 아파트 등은 가구별로 전용면적을 최대 10% 늘리는 1대1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소형가구의무비율 방식으로 재건축하면 전용 85㎡형 초과 대형을 공급할 수는 있지만 60㎡형 이하 소형도 20%나 지어야 하므로 일부 조합원은 지금보다 작은 집을 배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중층 재건축 단지들은 대부분 1대1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1대1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비교하면 어떨까. 주택을 넓히기에는 리모델링이 유리하다.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기존 112㎡, 116㎡, 119㎡형은 145㎡ 150㎡, 154㎡형으로 커진다.

반면 1대1 재건축은 123㎡, 127㎡, 130㎡형 정도로만 넓어진다. 대치동 은마도 여건은 비슷하다. 무한건축사사무소 이동훈 소장은 “중대형이 대부분인 강남 중층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하는 게 집의 크기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용을 따지면 1대1 재건축이 더 적게 먹힌다. 건축비는 재건축이 리모델링보다 많이 들어가지만 일반분양 수입이 조합원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일반분양 수입이 없으므로 건축비를 모두 조합원이 내야 한다.

DS포럼건축사무소가 잠실5단지와 은마아파트가 1대1 재건축을 할 때 나오는 일반분양분을 계산한 결과 잠실5단지는 112㎡형이 2830가구, 은마는 115㎡형이 735가구나 됐다. DS포럼 조정권 사장은 “용적률을 3종주거지의 최대치인 300%까지 받는다고 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J&K부동산투자연구소가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추가부담금을 산출해 보니 공급면적 113㎡를 보유한 주민이 1대1 재건축을 통해 121㎡형을 배정받을 경우 3400만원 정도만 더 내는 것으로 예상됐다. 일반분양 수입이 7400억여원(분양가 3.3㎡당 3700만원 적용)이어서 추가부담금이 많이 줄어드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에서 건축비를 3.3㎡당 400만~5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해 전용 85㎡형을 110㎡형으로 키웠다면 건축비가 2억원 정도 들어간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기는 하나 집 크기를 넓힐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며 “다만 주택 구조가 앞뒤로 길쭉해지고 단지 형태를 다양하게 꾸미지 못하는 것은 흠”이라고 지적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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