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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환의 마켓뷰] 곡물·천연가스는 투자 매력 큰 원자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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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2009년 투자의 핵심 테마는 무엇이었을까. 중국? 미국 금융주의 바닥 탈출? 국내 주식시장의 IT와 자동차 섹터의 선전?

내 생각엔 원자재가 아니었을까 한다. 원유·구리 같은 주요 원자재 가격은 지난 한 해 각각 80%, 150% 올랐다. 브라질이나 러시아 같은 자원 부국에 투자하는 펀드는 제일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글로벌 경기가 나아질 것이리라는 기대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빠른 경기 회복은 원자재 수요를 이끌었다. 경제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자 원자재 가격 상승은 심지어 경기 회복에 대한 바로미터로서의 역할을 했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제 유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초반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뭔가 또 다른 요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시장 동향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그리 협조적(?)이지만은 않다. 수요를 이끌었던 중국은 경기 과열을 예방하기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신규 대출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고 물가까지 오르면서 중국 정부는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을 시작으로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이른바 ‘G2’의 또 다른 하나인 미국의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가계 신용 부담 등 때문에 빠른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 원자재는 더 이상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은 것일까.

그런 판단은 성급하지 않을까 한다. 유럽 일부 국가의 신용위기 때문에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엄청나게 풀린 달러는 중장기적으로 약세일 수밖에 없다. 또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부양책이 원자재가 많이 필요한 인프라 투자 중심이란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몇 년간 원자재 수요 기반은 탄탄할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원자재는 여전히 투자에서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다.

하지만 원자재라면 무조건 투자할 것이 아니라, 일시적 원인으로 저평가됐지만 중장기 상승 여력이 큰 원자재에 주목할 때다.

그 하나가 곡물이다. 곡물은 지난해 예상과 달리 거의 모든 작물이 풍년이 들어 재고가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국제 곡물가는 2007년 급등세를 보이기 전의 밑바닥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바이오 에너지의 수요 증가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곡물·육류 소비 증가 추세가 심상치 않다. 반면 경작지를 늘리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옥수수·콩 등 주요 곡물 가격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의 경우 경기 호황기에 채굴 투자가 늘어나 생긴 재고 부담으로 2009년 가격이 큰 하락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규 채굴이 확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가 회복되면 천연가스 가격은 급상승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와 미국 농무부도 2010년 곡물과 천연가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곡물과 천연가스 등은 이러한 관점에서 2010년 반드시 주목해야 할 원자재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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