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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원 삼겹살’ 퇴장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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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580원(지난해 12월 7일)→980원(1월 7일)→590원(2월 7일)→980원(2월 8일 예정).

신세계 이마트 서울 영등포점에서 파는 삼겹살(100g) 가격이다. 대형마트 간 가격 경쟁으로 떨어지기만 하던 삼겹살 값이 8일부터 다시 오른다. 다른 21개 할인 품목의 가격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7일 “그동안의 가격 할인 경쟁을 중단하고 원래 의도했던 가격대로 팔겠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롯데마트도 “경쟁이 붙었던 품목에 대해 이마트가 가격을 인상하는지 지켜본 다음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값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8일부터 삼겹살(100g) 가격을 이마트보다 10원 싼 970원에 팔기로 했다.

이로써 한 달 동안 계속됐던 대형마트들의 할인 경쟁이 진정세로 돌아선 모양새다. 이마트 관계자는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게 아니라, 경쟁사의 맞대응에 신경 쓰지 않고 최초 의도했던 할인 가격대로 팔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할인 경쟁의 포문을 연 것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지난달 7일 “국내산 삼겹살(100g) 값을 1550원에서 36.8% 할인해 980원에 파는 등 주요 생필품 12개 품목의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15일에는 고구마·오징어 등 10개 품목의 가격도 내렸다. 경쟁사도 따라나섰다. 롯데마트·홈플러스는 “이마트보다 더 싸게 팔겠다”며 동일 품목 가격을 내렸다.

가격을 내리자 대형마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마트는 한 달 전 가격을 내린 이후 현재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6% 늘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고객 수가 전달보다 2.3% 늘었다. 특히 가격을 내리겠다고 밝힌 품목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삼겹살은 5배, 롯데ABC초콜릿은 6배나 팔렸다.

하지만 부작용도 불거졌다.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짜내기라는 지적이 일었다. ‘햇반’을 납품하는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9일 “재고가 떨어져 더 이상 물량을 댈 수 없다”며 납품 중단 의사를 밝혔다. 햇반 세 개를 사면 한 개를 덤으로 주는 세트 값(3650원)이 2400원대까지 떨어진 때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 가격 전쟁의 여파가 영세 납품업체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위법행위에 대한 직권 조사 계획을 내비쳤다. 할인 대상 품목이 일찍 매진돼 물건을 사지 못하자 소비자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홈플러스는 이미 지난달 21일 “무리한 가격 인하로 물량을 충분히 대지 못하고 있다”며 “가격을 원상태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상품은 7만여 가지. 그중 가격을 내리겠다고 밝힌 품목은 20여 개다.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정희(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한국유통학회장은 “미끼상품을 이용해 고객을 끌어들인 다음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상술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대형마트 본래의 가치인 ‘상시 저가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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