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세대 운동권 출신들 기업인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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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70~80년대 대학에 다닐 때 '독재 타도' 를 외치다 제적당하거나 투옥됐던 운동권 출신들이 기업가로 변신해 다시 모인다.

자영업자와 기업경영자.벤처기업가 등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28일 오후 7시 서울 충정로 해양수산부 건물 17층 리더스클럽에서 '민주기업가 회의' 창립 모임을 갖는다.

유신체제와 군사정권 시절 반독재 운동에 앞장섰던 이들 운동권 출신들은 그동안 사회 각계에 흩어져 일부는 중견기업인으로 인정받았다. 소규모 자영업자를 비롯 벤처 기업인.변호사.변리사.직장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정계에 많이 진출한 6.3세대로 대표되는 60년대 운동권 출신과 80년대 학번 출신인 386세대의 중간에 낀 세대로 빛을 못보던 40대.70년대 학번.50년대 출생의 '475세대' 가 이 모임의 주축이다.

386 세대 일부 벤처기업가도 참여했다. 이들은 제적.복역 등의 충격 때문에 사회생활에 빨리 적응하지 못한 채 여러 직장을 전전하거나 뚜렷한 직업 없이 지내다가 최근에야 자영업.중소기업가.벤처기업가 등으로 자리잡은 경우가 많다.

이 모임을 준비한 양춘승씨는 "독재정권에 맞섰던 열정을 되살려 오늘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지혜를 모으기 위해 모임을 결성했다" 고 말했다.

梁씨는 74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가 두차례 제적.투옥돼 85년에야 대학을 졸업했다.

직장을 다니다가 2년 전 음식물쓰레기 처리 전문회사인 지환테크를 창업,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梁씨와 동기인 권형택씨는 환경관련 회사인 우리자원의 대표로 있다.

창립 모임에는 운동권 출신 50여명이 참여 의사를 전해왔다. 회장을 맡은 이래경씨는 서울대 공대 73학번으로 김상진 열사 추모집회를 주모했다가 제적됐다. 그는 오퍼상 등을 전전하다가 현재 독일 기계회사와 합작한 호이트코리아 대표로 일하고 있다.

李씨는 "혼탁한 사회와 돈의 논리에 오염되지 않고 원칙과 규범을 지키면서 기업을 경영하자는데 공감해 모임을 만들었다" 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74학번으로 70년대말 남민전 사건의 핵심이었던 김부섭씨는 큐빅테크라는 벤처기업 대표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 공대 75학번인 변재용씨는 한솔교육으로 국내 육아교재 시장을 석권한 중견기업인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75학번인 이호열씨는 최근 판촉물 제작회사인 오름시스템을 차렸다.

이들은 기업 현장에서 규범과 원칙을 고수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서로 권장.감독.견제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이 모임은 창립 선언문에서 ▶불합리한 경제.사회적 관행을 배격하고 민주적 원칙과 규범을 옹호할 것▶기업이 축적한 부는 기본적으로 기업주만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 아래 부의 사회적 환원을 위해 노력할 것 등을 다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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