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드라마 '황금시대' 시사회장 열기 뜨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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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일제시대를 무대로 일본 은행자본과 민족 금융자본의 대결을 그릴 MBC 창사 특집극 '황금시대' (29일부터 매주 수.목 방영)가 뚜껑을 열었다.

편당 제작비(총 16회)가 2억원에 이르는 큰 작품이라 지난 24일 열린 시사회장의 열기 또한 뜨거웠다.

비슷한 시대를 그려 화제가 됐던 '국희' 의 이승렬 PD와 정성희 작가가 다시 호흡을 맞추고, '모래시계' 를 연출한 김종학 PD의 프로덕션이 제작해 관심을 끌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쉬움과 가능성이 혼재한 드라마였다. 배경 설정과 캐릭터 소개에 상당 분량을 할애해야 하는 1회분만으로 드라마 전체를 평가하기엔 조심스럽지만 향후 작품의 전개 방향을 짚어보기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드라마 초반의 부산항구 장면. 경남 진해의 해군기지 사령부에서 찍었다는 이 장면에 투입된 세트 설치비만 1억4천만원. 목포 해양대에서 3천2백t짜리 강의용 실습선을 빌려 칠작업을 새로 했으며, 한복.기모노 차림을 한 1백80명의 엑스트라가 1920년대 풍경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또 김병익(노주현)과 이재훈(박상원)을 통해 그려지는 드라마의 긴장감도 색달랐다. 민족자본이라는 정치논리와 생존 경쟁이라는 시장논리의 대립이 팽팽하게 맞서기 때문이다.

반면 선과 악으로 분명히 나뉘어지는 인물구도는 오히려 극적 재미를 반감시킬 여지가 커 보였다.

시청자의 눈높이를 너무 낮게 잡은 것은 아닌지…. 안전선만 지키다보면 드라마의 신선감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사소한 아쉬움도 있다. 밀항하다 들킨 아역 광철(신주호)이 바다로 뛰어들 때 울리는 '짜쨔~쨘!' 하는 효과음이나 갑판에서 아역 재훈(김민상)이 연주하던 바이올린곡 등은 드라마 속으로 녹아들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7회부터 차인표.박상원.김혜수 등 성인 연기자가 출연하고, '국희' 에서 보여준 제작진의 저력이 대단한 만큼 드라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PD는 "드라마가 3회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할 것" 이라고 장담했다.

현재 같은 시간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수.목 드라마 SBS '여자만세' 에 맞서 '황금시대' 가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궁금하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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