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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인터뷰] 일본 대사로 가는 청융화 주한 중국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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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대 안에 내가 있고, 내 속에 그대가 있네(你中有我 我中有你).”

오는 9일 1년4개월의 임기를 끝내고 한국을 떠나는 청융화(程永華) 주한 중국대사는 원(元)대 시인 관도승(管道昇)이 노래한 ‘너와 나의 시’의 한 대목에 빗대어 한·중 관계를 설명했다. 양국 관계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임을 강조한 것이다. 8일 정오 서울 롯데호텔에서 이임 리셉션을 여는 그는 주일(駐日) 중국대사로 내정된 상태다. 5일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에서 청 대사를 만났다.

-한·중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遠親不如近隣). 이웃인 중·한 관계를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고도(高度)다. 중·한 최고지도자가 자주 만나면서 양국 관계가 부단히 격상되고 있다. 둘째는 속도(速度)다. 양국 교역액은 수교 당시에 비해 30배 많아졌고, 인적 교류는 20배 증가했다. 셋째는 밀도(密度)다. 매주 800여 편의 항공기가 양국을 오간다. 넷째는 광도(廣度)다. 양국 관계가 초기의 정치·경제 중심에서 이젠 군사·환경 등 전방위로 확산됐고, 양자 문제뿐 아니라 세계적 문제에서까지 협력하는 단계가 됐다.”

-청 대사가 2008년 10월 부임 당시 한·중 간엔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양국 국민 간의 감정 대립이 문제였다.

“마찰을 피하긴 어렵다. 중요한 건 냉정·객관·이성적 태도와 선의를 갖고 문제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양국 네티즌 간에 발생한 문제는 중앙일보의 ‘겸따마다(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기)’ 운동 등에 힘입어 많이 해소됐다.”

-한국인들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

“한국분들이 중국에 대한 ‘배경지식’을 늘렸으면 싶다. 중·한은 문화나 사고방식 등에서 비슷한 점이 많지만 구체적인 국정(國情)에서의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의 일부를 보고 전체를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중국의 독특한 국정을 이해해야 한다.”

-북한은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하다가 지난해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북한이 언제쯤 6자회담에 복귀할 것으로 보는가.

“조속히 6자회담이 재개되기를 바란다. 중국은 과거와 같이 관련 당사국들의 소통과 협조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중·미 관계가 최근 구글 사태,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등으로 악화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이런 행동이 국제 무대에서의 중·미 협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6자회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가.

“중·미 관계가 나빠질 수 있겠지만 6자회담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다음 주 평양을 방문할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

“오늘 인터넷에서 그 뉴스를 봤다. 중·북 간엔 연초가 되면 서로 교류하는 전통이 있다. 왕 부장도 이전에 몇 차례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만일 그가 방북한다면 중국은 6자회담을 주재해 온 국가로서 건설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본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 정상회담이 올해 열릴 것이란 전망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많은 보도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남북이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협력을 증진시키기를 지지한다. 이는 한반도 전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며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우리는 남북 관계가 새해엔 꼭 진전을 보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중국 외교는 올해 ‘국제정치 영향력 강화’ ‘경제 경쟁력 강화’ ‘친화력 강화’ ‘도덕성 강화’ 등 4가지에 역점을 두겠다고 한다. 친화력 강화와 도덕성 강화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는 지난해 7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밝힌 방침이다. 중국에는 오래전부터 ‘화(和)를 귀하게 여긴다(和爲貴)’거나 ‘내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于人)’는 철학이 있다. 중국은 외교에 있어서 자기 주장을 남에게 강요한 적이 없다. 각 국가가 상호 존중하고 조화롭게 지내기를 바란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다극화와 함께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주장한다. 이런 게 도덕성 강화의 내용이라고 본다. 또 친화력 강화는 각종 교류 활동을 통해 중국과 다른 나라와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을 말한다. 후진타오 주석이 2008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중·한 청소년들과 함께 나무를 심은 것이나 원자바오 총리가 2007년 방한 시 한강변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조깅을 즐겼던 것이 그런 예라고 생각한다. 중국대사관이 지난해 중앙일보에서 주최한 ‘위아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중국은 ‘미국과 중국’의 시대를 뜻하는 ‘G2 시대’ 개념에 반대한다. 서방에서 G2를 말할 때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광범위한 책임을 져 줄 것을 요청한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 정부도 ‘책임 있는(有負責任的)’ 행동을 하겠다고 말한다. 서방에서 말하는 ‘책임’과 중국이 얘기하는 ‘책임’은 어떻게 다른가.

“G2는 서방이 중국의 머리 위에 씌우려는 개념으로 우리는 찬성하지 않는다. 중국은 아직은 개발도상국이다. 또 우리는 몇 나라가 국제 문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세계가 중국에 기대하는 책임을 저버리겠다는 건 아니다. 중국엔 ‘천하의 흥망은 한낱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天下興亡 匹夫有責)’는 옛말이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중국과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중국은 올해 GDP 총량이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는 것에 대해 일본이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일본은 중국의 중요한 이웃이 다. 중국 정부는 전략적인 안목에서 중·일 우호정책을 견지하며 양국의 전략적 호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청 대사 후임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해 경험 있고 능력 있는 대사가 임명될 것이다.”

글=유상철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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