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 내려, 백기 들어” 반 오자와파 4일 천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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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 간사장은 (정치자금 의혹에 대한) 설명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4일 검찰이 오자와 간사장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하자 그에 대한 전적인 신임을 재확인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자와 간사장을 중심으로 당을 규합해 7월 참의원 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그간 도쿄지검 특수부의 싸움으로 술렁이던 민주당도 오자와를 중심으로 발 빠르게 규합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악의 경우 오자와는 간사장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거리를 뒀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 등 당내 반(反)오자와파들의 반란은 결국 4일 천하로 막을 내린 꼴이 됐다.

오자와 간사장의 당내 독주에 비판적인 이른바 ‘비(非)오자와 7인방’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31일.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오자와의 전·현직 비서들은 물론 오자와에 대한 기소 가능성이 공공연히 언급된 시점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3일 오자와에 대한 불기소 처분 방침이 알려지면서 180도 바뀌었다. “새로운 국면이 생기면 우리도 자정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던 마에하라 국토교통상은 “오자와가 간사장 직을 유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입장 표명을 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성 부대신도 “당이 와해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일치단결이 최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다 부대신은 나아가 “(오자와는) 중요한 시점마다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며 오자와를 연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다른 반오자와파 인사들은 모두 말을 아꼈다.

반대로 그간 숨죽이던 당내 오자와 측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자와의 최측근인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 민주당 참의원 의원회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진실은 하나다. 오자와 간사장을 믿어왔다. 오늘 모든 의혹이 풀렸다”며 일련의 정치자금 스캔들의 종결을 선언했다. 오자와 직계 의원들도 이날 밤 모여 오자와 지지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오자와의 친위세력을 지칭하는 ‘오자와 칠드런’ 소속 의원은 민주당 국회의원의 3분의 1보다 많은 150여 명이다. 검찰수사가 일단락됐는데도 오자와에 대한 여론이 계속 악화될 경우 당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오자와가 다시 당을 장악하면서 일각에서는 “곧 반오자와파에 대한 보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검찰 “2라운드는 법정에서”=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가네마루 신(金丸信) 등 역대 일본 정권의 살아 있는 권력을 낙마시켰던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번에 오자와를 불기소 처분함으로써 체면을 구겼다. 검찰은 정치자금 보고서 조작과 건설업체에서 뒷돈을 받은 사실에 관한 자백을 받아낼 걸로 확신하고 지난달 오자와의 전·현직 비서들을 체포했다. 건설업체의 진술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나 오자와에 대한 두 차례 직접 조사에서도 “토지구입 자금은 내 개인 재산”이라는 그의 진술을 뒤엎을 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의 비서들도 끝까지 오자와의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이번에 기소된 오쿠보 다카노리(大久保隆規) 비서 등 3명에 대한 재판에 오자와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으로 재판을 통해 오자와의 유죄를 입증해 나가겠다는 게 검찰의 복안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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