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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철학·과학·신화 버무려 질문한 ‘내일의 인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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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메두사의 시선
김용석 지음
푸른숲, 250쪽, 1만5000원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진리’란 게 있다면, 철학의 세계는 진즉 종말을 맞았을 터다. 한데 진리를 파헤친다는 철학자들은 수천년째 정답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애당초 진리에 값하는 정답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남는 건 진리에 닿는 여러 경로를 따져보는 일이다. 철학이 그 유일한 통로라는 건 낡은 생각이다. 과학이라고 모든 걸 명쾌하게 해명할 순 없다. 인간의 진리가 담겼다는 저 옛날 신화도 온갖 은유로 질퍽해 해독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그 자체로 고유한 철학·과학·신화의 세계를 한 곳으로 불러들였다. 책은 신화의 세계에서 과학의 성과를 짚어내고, 이를 통해 철학적 성찰을 모색하는 방식을 취했다.

모두 12장으로 구성된 책을 뒷받침하는 명제는 ‘변화하는 인간’이다. 과거 철학은 불변의 인간 본성을 추적하는 일을 주로 해왔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조건은 가공할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인간을 빼닮은 로봇이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이미 존재하는 인간의 삶만 되뇌이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가. 해서 저자는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 물음 대신, ‘인간은 무엇이 되고 있는가’라는 미래적 사고를 제안한다. 아라크네 신화에서 영화 ‘아바타’의 세계를 읽어내고, 예술-기술-실재를 하나로 엮어내는 인간을 내다보는 식이다.

이 책엔 ‘뇌과학의 시대, 영혼의 탐구는 유의미한가’,‘로봇이란 새로운 타자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와 같은 도발적 물음도 가득하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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