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제 한국인' 이한우씨의 한국비판 '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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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요즘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장단점에 대해 책 쓰는 게 유행이다.

30년간 일본 상사 한국주재원으로 일했던 모모세 다다시(百瀨格) 가마쿠라 인터내셔널 대표의 '한국이 변했다, 일본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 20년간 한국에서 국제변호사로 일해온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의 '나는 한국이 두렵다' 등이 그것이다.

한국인들이 외국인의 시선을 유난히 의식해서일까. 비판이든 칭찬이든 이런 책들은 일단 관심을 끈다. 귀담아 들을 만한 좋은 조언들도 많다.

'이한우' 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참씨(사진)의 신간 '툭!터놓고 씹는 이야기' 도 그런 책 중의 하나다.

사실 이씨는 엄밀히 말해 외국인이 아니다. 정식으로 귀화한지도 벌써 14년이 넘은 독일제 한국인이다. 한국 산들은 거의 다 가보았고 진돗개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얼마 전부터 '참여한다' '참신하다' 는 뜻의 이참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국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돕는 벤처기업 (주)참스마트 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TV연속극에도 출연한 경력 때문에 다소 의외로 여기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는 영어.불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라틴어까지 능통, 국제회의는 물론 한국 대통령들의 통역도 맡은 경험이 있다.

한국에 대한 그의 관점은 존스와 가깝다. 한국은 무진장한 가능성을 가진 나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라란 것이다. 재미없는 천국같은 유럽보다 재미있는 지옥같은 한국이 더 매력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현실에 대해서는 냉정히 비판한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부정부패가 만연하며 사기꾼이 들끓고 매춘이 성행한다는 것이다.

지역감정도 그 자체는 유럽에 비해 심각할 수준이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능력도 없는 사람이 지연 때문에 중용되는 등 시스템상의 불공정성이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내부적으로는 얼른 시스템을 고치고 밖으로는 고급문화를 수출해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라고 권한다.

요리가 취미인 그가 뒷부분에 붙인 요리 에세이들도 한번 맛볼 만하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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