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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육성과 지역 발전은 함께 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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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역 대학의 어려움은 학령인구가 격감될 것으로 예상되는 5~6년 뒤에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지역 대학이 학사구조 개편과 경영 개선을 통해 생존과 지속 발전을 모색하고 있으나 위기감은 더해지고 있다. 이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길은 지역 대학의 위상과 역할을 지역 발전과 연계하는 데 있다.

지역 발전에 기초하지 않은 대학의 발전은 공허하다. 대학 발전 없이 지역이 발전한 사례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은 대학과 지역사회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상호 의존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증거다. 최근 세종시와 관련해 우수 대학을 유치하려는 정부 방침이나 인천 송도신도시에 뉴욕 주립대·남가주대 등 미국 명문 대학들의 분교가 설치될 예정인 것을 보면 지역 발전과 대학의 존재가 얼마나 상호 유기적인 것인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나 케임브리지대는 지역과 함께 성장해 온 그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우리 대학들은 구조부터 지역 사회와 괴리돼 있다. 최근 담장을 허물고 대학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거리를 좁히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지만, 아직도 대학과 지역의 거리감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의 메카가 된 미국 실리콘 밸리의 신화는 50년 전 동부보다 상대적으로 침체된 서부지역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스탠퍼드대 등 지역 대학들의 노력에서 시작됐음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지역 대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소중한 가치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정부의 지역 대학 지원 방식도 지나치게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제적 잣대에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지역의 사립대학들이 지역의 정체성을 발판으로 우리 교육에 이바지해 온 것을 단순히 경제적이거나 경쟁력 논리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역 사립대학들이 어려운 재정적 여건 속에서도 지역 교육은 물론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의 균형적 발전과 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 대학에 맞는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박희종 관동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