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들 순이익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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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추진과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지난해 은행권의 순이익이 2008년보다 감소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7000억원(8.6%) 적은 액수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1조5000억원으로 3분기(2조9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특히 저금리 정책에 따라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이자 이익(32조2000억원)이 전년보다 2조3000억원 줄었다. 반면 대출이 부실화할 때를 대비해 쌓은 충당금과 대출채권 매각 손실액은 12조8000억원으로 2008년보다 22% 증가했다.

4분기엔 받을 돈을 못 받아 생긴 손실인 대손비용이 금호 계열사와 일부 조선사의 워크아웃 추진으로 전 분기보다 1조4000억원 늘어난 3조3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주가 상승과 보유 주식 매각에 따라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2008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3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금감원 최성일 건전경영팀장은 “지난해 4분기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정리 등의 영향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다시 악화됐다”면서도 “지난해 부실 채권을 적극적으로 줄였던 만큼 올해는 은행들의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별 실적 발표도 이어졌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1조305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4일 발표했다. 이는 2008년(2조186억원)보다 35.3% 감소한 것이다. 다만 신한지주는 은행, 카드, 보험 분야에서 고른 이익을 냈다. 이익 기여도 측면에선 은행 부문이 40%, 카드·보험 등 비은행 부문이 60%를 차지했다. 신한지주 측은 “지난해 4분기 금호 관련 대손충당금과 희망퇴직 비용을 제외한 실질적인 순이익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부산은행도 전년보다 10.9% 감소한 245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

전반적인 이익 규모는 줄었지만 은행들은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기로 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배당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대부분 배당을 하지 않았다. 신한지주는 주당 400원, 부산은행은 주당 16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외환은행(주당 510원)과 대구은행(주당 160원), 전북은행(주당 50원+0.04주)도 배당 계획을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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