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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암컷 변사사건, 범인은 ‘변강쇠 돌고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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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수족관에서 숨진 돌고래의 사망 원인이 섣부르게 차려준 ‘신방(新房)’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8시 울산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한 마리가 수족관 바닥에 가라앉은 채 숨져 있었다.

울산 남구청이 2개월 전 일본에서 들여온 7살짜리 암컷 ‘고이쁜’이었다. 입·등·생식기에는 함께 사육 중이던 다른 돌고래의 이빨자국이 선명했다. 부검을 맡은 건국대 수의과대학이 내린 사망 원인은 전신성 패혈증(폐렴).

남구청은 사육을 위탁받은 H사를 상대로 7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울산지법에 냈다. “일주일가량 음식을 먹지 않는 등 병세가 완연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H사의 하청을 받아 돌고래를 돌본 ㈜마린파크 김철우(39) 대표는 “남구청이 장년기의 수컷과 어린 암컷을 한 수족관에서 살도록 신방을 차려준 것이 원인인데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족관에는 암컷 2마리(10살, 7살)와 수컷 2마리(10살, 5살)가 사육되고 있었다. 힘센 10살 수컷은 7살짜리 암컷을 차지했고, 힘없는 5살짜리 수컷은 10살 암컷과 쌍을 이뤘다. 그런데 10살짜리 수컷이 발정을 일으켜 과도한 짝짓기를 시도했다. 생식기에 있는 이빨 자국이 그 증거다. 이를 견디지 못한 7살짜리 암컷이 일주일 동안 식사를 거부했다. 사망 원인인 패혈증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져 걸린 병이다. 서울대공원에서는 이런 발정 사고를 막기 위해 최근 수컷만 구입해 사육하고 있다. 제주도 퍼시픽랜드에서도 암컷보다 크고 힘센 수컷을 함께 수족관에 넣지 않는다.” 김 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남구청 고래관광과 강준희 계장은 “신방 탓인지 관리 부실 탓인지는 법원이 가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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