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도 스마트폰 혁명…주머니 속 음악, 무대 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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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건대에서 열린 아이폰 공연. 영국의 가디언은 “20명의 젊은이들이 음악의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평했다. [미시건모바일오케스트라 제공]

중국계 미국인 게 왕(32)의 주특기는 컴퓨터 음악이다. 2008년 프린스턴대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PC를 이용한 음악을 연구했다. 그가 요즘 스마트폰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왕은 작년 12월 3일 아이폰 음악회를 지휘했다. 20명의 ‘연주자’가 새소리와 전자음 등을 섞어 음악을 만들었다. 아이폰 프로그램과 전파, 확성기를 이용한 무대였다. 뉴욕타임스는 “주머니 속 음악을 무대로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같은 달 9일 미시건대에선 아이폰 연주가 열렸다. 지휘자는 이 학교의 교수,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음악가인 조지 에슬. ‘모바일 오케스트라’를 공동 기획한 왕과 에슬은 헬싱키와 베를린에서도 유사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콘서트장을 침범했다. 아이폰 오케스트라가 나왔고, 내로라하는 오케스트라들이 스마트폰 콘텐트를 만들고 있다. 클래식 팬이 스마트폰을 ‘영리하게’ 사용하는 5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공부=작곡가 찰스 아이브스(1874~1954)가 궁금한가. 예일대 음악학과 강의 내용을 아이폰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 25분 분량 파일에 아이브스의 생애와 음악 등이 담겨있다. 인터뷰도 포함됐다. 예일대의 미국 작곡가 해설 시리즈 중 하나다. 컬럼비아·유타대 등도 오케스트라·작곡가에 대한 20분 가량의 강의를 제공한다.

2 놀기=게 왕은 2008년 아이폰 인기 프로그램 ‘오카리나 불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피아노·첼로는 가지고 다닐 수 없다”며 휴대전화의 악기화를 처음 시도했다. 이후 스마트폰으로 피아노·관악기는 물론 트리오 등 앙상블까지 연주하는 게임이 잇따라 나왔다. 혼자 할 땐 게임이지만 여러 명이 합주를 하면 연주가 된다. LA필하모닉은 상임 지휘자의 이름을 따 ‘두다멜’ 게임을 만들었다. 베토벤 교향곡 등에 맞춰 스마트폰으로 악기 연주를 명령하는 지휘 게임이다.

3 감상=뉴욕필하모닉·로열콘서트헤보우·런던필하모닉 등은 스마트폰에 맞는 어플리케이션을 지난해부터 연이어 내놨다. 각 오케스트라의 공연 하이라이트를 감상하고, 향후 예정된 연주회 정보와 설명 등을 볼 수 있다.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대표 작품의 주요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제공한다.

4 창작=직업 연주자에게도 스마트폰은 유용하다. 요즘 스마트폰은 크고 무거운 기계가 했던 메트로놈(박자기), 튜너(음정 조정기) 역할을 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작품까지 작곡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스마트폰은 아마추어를 위한 음악뿐 아니라 프로를 위한 음악에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5 찾기=‘이 음악이 뭐였지?’ 스마트폰은 음악 애호가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연주 음악을 휴대전화에 대고 검색하면 제목을 맞히는 프로그램이 여러 종 개발됐다. ‘카라얀의 베토벤 교향곡 3번 1악장’ 같은 식으로 연주자까지 알아맞힌다. 음악의 코드진행을 식별, 반주도 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국내 연주단체와 공연장·음반사 등은 아직 스마트폰 콘텐트를 제공하지 않는다. 서울시향 이경구 홍보마케팅팀장은 “올해 중반쯤 스마트폰으로 연주·정보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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