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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가로수' 62억원어치 기증한 임업인 전맹희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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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기도 파주시의 한 주민이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시가 60여억원어치의 나무를 내년말 복원되는 경의선 문산~개성간 철로와 신설 도로의 가로수로 심어달라며 정부에 기증했다.

임업인 전맹희(全孟熙.63.파주시 문산읍 운천2리)씨가 주인공. 全씨는 15일 자신의 농장에서 직접 길러온 높이 1.5~4m짜리 15년생 주목.구상나무 1만그루와 느티나무.회화나무 1만그루 등 고급수종 2만여그루에 대한 기증서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냈다.

그는 "민족의 화합과 평화의 상징인 경의선 복원과 도로 신설에 직접 참여하고 싶었다" 고 말했다.

기증한 나무의 가치는 조달청 감정가격으로 42억6천만원, 조경수협회 감정가격으로는 52억8천만원, 파주시 산림조합이 평가한 시가로는 62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가치 때문에 세 아들과 부인의 반대가 만만찮았으나 "역사에 남는 일" 이라며 끈질기게 설득해 동의를 얻어냈다.

파주시 법원 조정위원이기도 한 그는 2만평 농원에서 17년 전부터 3만여그루의 각종 나무를 기르고 있다.

全씨는 나무 기증의 의미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평화의 나무 심기운동' 도 벌일 예정이다.

이왕 내친 김에 기증한 나무의 이식을 위한 굴취비용 2억원 가량도 시민 모금으로 마련키로 한 것. 그루당 일정액을 정해 '평화의 나무 1인 1그루 심기 행사' 를 벌이기로 하고 오는 18일 자신이 추진위원장을 맡고 지역주민 32명을 발기인으로 해 파주시 여성회관에서 추진위를 결성한다.

이를 통해 나무심기운동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이름을 새긴 '공적비' 도 만들어 역사(驛舍)주변과 공원 등에 세울 예정이다.

全씨의 기증의사를 미리 전달받고 지난 14일 나무를 직접 살펴본 철도청 관계자는 "주목 등의 상태가 좋아 내년 봄께 이식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며 "全씨 덕분에 국가예산을 상당히 절약하게 됐다" 고 말했다. 031-953-4798.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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