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서울] 불친절한 도로표지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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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5일 오전 서울 강남에서 영동대교를 건너 일산 방향 강변북로를 타려던 金모(30.회사원)씨는 몹시 당황했다.

영동대교 북단에서 우회전해 성수대교 쪽으로 가는 도로표지판의 화살표에 빨간 'X' 자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金씨는 공사 때문에 통행이 금지되는 줄로 알고 직진 차선으로 접어들었지만 다른 차들은 우회로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차선을 변경하기가 너무 위험해 그냥 지나치고만 金씨는 "갈 수 있는 도로에 금지 표시를 해놓은 엉터리 표지판 때문에 시간만 허비했다" 며 분통을 떠뜨렸다.

서울 도로 곳곳에 설치된 도로 표지가 엉망이어서 곳곳에서 운전자들이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

교차로 등과 너무 가깝게 설치된 표지판 때문에 운전자들이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느라 위험에 처하는 경우도 많다. 가로수나 버스 정류장 등에 가려 아예 보이지 않는 표지도 허다하다.

15일 오전 이수교차로를 지나 신반포로 이어지는 삼거리. 이곳에는 좌회전하면 올림픽대로, 우회전하면 고속터미널로 갈 수 있다는 표지판이 달려 있으나 가로수에 가려 한쪽 방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평로에서 이수교차로로 연결되는 도로 오른편에는 고가(高架)공사로 인해 좌회전이 금지되는 방향을 안내하는 표지가 설치돼 있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시속 40㎞로만 달려도 글씨를 알아 볼 수 없었다.

1998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전체 도로표지 7천4백60여개 중 34.6%에 달하는 2천5백70여개가 가로수.신호등.기타 표지에 의한 시야장애, 훼손 및 변색 등의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도로 표지의 또다른 문제점은 주요 건물이나 지명을 사용하고 있어 지리에 익숙치 않은 운전자들이 목적지를 찾아가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차를 몰고 온 사람이 서울 강남구청을 찾아가려면 경부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강남역 사거리로 간 뒤 종합운동장 방면으로 달리다 선릉역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 지리에 익숙치 않은 운전자에게는 종합운동장으로 갈 수 있는 고속도로 진출로를 찾는 것부터가 어렵다.

더구나 종합운동장을 가리키던 표지가 다음 교차로에선 엉뚱한 지명을 가리키는 것으로 바뀌는 등 안내 지명의 일관성이 부족해 애를 먹기 일쑤다.

◇ 대책=시는 지난해부터 89개의 번호가 메겨져있던 도로망 번호를 동서남북을 관통하는 주요 간선도로로 통합, 15개로 간소화했다.

시는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이전에 간소화된 새 도로 표지판을 강남 일대에 시범 설치했다.

시는 현재 진행중인 새주소 부여사업에 따라 각 거리에 이름이 정해지고 변경된 도로 번호가 지도에 반영되면 한결 길찾기가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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