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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 안되는 '동방금고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李德善)는 14일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鄭炫埈)사장과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부회장 등 12명을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신양팩토링 이사 원응숙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鄭.李씨가 불법대출과 횡령, 주식 공개매수 등을 통해 모두 2천2백39억원의 불법자금을 조달한 혐의를 밝혀내고 사용처를 추적중"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정.관계 인사 등의 개입 의혹과 금감원 임직원들의 연루여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해 의혹만 증폭시킨 결과를 자초했다.

◇ 정.관계 인사개입 의혹〓민주당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 등 정치권 실세들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權위원 등을 잘 안다는 얘기를 이경자씨로부터 들었다. 이들이 신양팩토링 개업식 때 화환도 보냈다" 는 鄭씨의 일방적 주장을 믿을 수 없고 범죄 혐의도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鄭씨 사설펀드에 가입한 정치인은 없만?가입자 대부분은 선의의 소액 투자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설펀드 모집 때)큰 것은 李씨를 통해 들어왔다" 는 鄭씨 주장을 고려할 때 가.차명으로 정.관계 인사들이 가입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이경자씨가 안다는 검찰 고위간부의 실명이 거명되는 상황에서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 불가' 선언은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 금감원 로비 의혹〓법원이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등과 관련, 11억원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김영재(金暎宰)부원장보의 혐의를 인정치 않으면서 수사는 벽에 부닥쳤다.

법원은 이번 사건과는 별개의 혐의로 金씨 구속영장을 발부했었다. 이로 인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는 비난 여론과 함께 수사 의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자살한 장내찬(張來燦)전 국장이 미국으로 달아난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을 통해 7억9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지금까지 금감원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의 전부다.

금감원 로비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중요 인물인 柳사장과 오기준 신양팩토링 대표 등의 해외도피로 초동수사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청와대 전 위생원 이윤규씨 주식 투자금과 역할〓8급 기능직인 李씨가 친지와 선후배 7~8명으로부터 6억9천만원을 모아 鄭씨 펀드에 투자했다는 검찰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청와대 하위직 직원들의 조직적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은 '수사중' 이라며 설명을 피했다.

또 李씨가 鄭씨 부탁으로 경찰청에 전화했고, 금감원에도 전화했다는 진술에 대해 수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새로 밝혀진 사실〓검찰은 鄭씨가 펀드 가입자 3백97명으로부터 모은 4백8억원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돌린 사실을 확인, 사기 혐의를 추가했다.

또 지난해 2월 고가 주문 등의 수법으로 한국디지탈라인 주가를 1만원에서 2만1천7백원 정도로 끌어올린 시세조종 혐의도 포함시켰다.

鄭.李씨의 불법대출로 동방.대신.대한금고 등 세곳의 영업이 정지돼 고객 1만여명의 돈 3천여억원이 지급정지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 기소자〓▶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이수원 대신금고 대표이사▶이기호 동방금고 전 영업부장▶이성남 동방금고 전 영업과장▶이원근 한국디지탈라인 비서실장▶강대균 그린필백화점 대표이사▶이창현 한국디지탈라인 관리이사▶장성환 유일반도체 대표이사▶김용환 컨설턴트▶김승희 공인회계사▶권오승 김앤성 벤처컨설팅 대표(이상 구속)원응숙 신양팩토링 이사▶강기환 컨설턴트(이상 불구속)

박재현.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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