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APEC 회의 아태평화 기여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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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제8차 정상회의가 15~16일 브루나이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과 모리 요시로(森喜郞)일본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아태지역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여한다.

한국과 호주의 주도 아래 1989년 느슨한 형태의 협의체로 출범한 APEC은 연례 정상회의가 시작된 93년부터는 실질적인 협력체로 발전해 오고 있다.

APEC은 출범 초기부터 역내(域內)무역자유화를 통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추진해 왔다.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 목표연도' 를 선진국은 2010년, 개도국은 2020년으로 정한 1994년의 '보고르 선언' 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반 계획추진이 그 대표적인 예다.

APEC은 그 성격으로 보아 어디까지나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장(場)이다. 하지만 역내 정상들이 매년 한 자리에 모여 우의와 협력증진을 논의함으로써 세계평화.안보에 기여하는 측면도 크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오클랜드 정상회의' 에서는 金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각 정상들이 양자회담과 비공식 회담에서 동티모르 사태를 논의했다.

이는 APEC 정상회의가 단순히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지역내 평화.안보문제까지도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과 선례를 남겨준 것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세계화의 혜택을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주제로 논의된다.

또 뉴라운드 무역협상 출범문제, 국제유가 안정을 위한 APEC 차원의 협력방안 등도 논의된다.

金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속적인 경제개혁과 개방의지를 천명하고 한국에 주어진 역할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한국경제에 대한 대외 신인도 제고와 위상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새 천년 APEC의 협력방향을 제시하는데도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지식기반 경제의 활성화▶역내 빈부격차 완화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 등을 체계적.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도록 APEC에 제안할 계획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金대통령은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갖고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제반 협력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과 개혁을 지원하기 위한 APEC 차원의 노력도 모색할 예정이다. 역내 경제협력 사업에 북한이 참여한다면 이는 아태지역의 평화와 경제적 번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의 교역과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APEC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APEC이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우리의 APEC 활동참여는 앞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APEC이야말로 한반도 주변 4대국이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협력체로서 우리의 안보외교 성과를 달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APEC의 제반 활동에 더욱 활발하게 참여함으로써 국익 극대화를 도모해 나갈 것이다.

더 나아가 APEC 창설을 주도한 국가의 하나로서 APEC이 역내 협력의 구심체로서 아태지역 공동체 형성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더욱 확고히 발전해 나가도록 APEC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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