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 아트스쿨 출신의 와일리는 도시의 흑인들을 그린 장식적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구해온 옷감이나 장식에서 따온 현란한 패턴을 배경으로 아프리카계 미국 남성들의 초상을 그린다. 그가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브레드앤버터 패션박람회(BBB)에 참가해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푸마가 후원한 것이다.
푸마가 와일리의 아프리카 패턴을 넣어 만든 운동화
와일리는 이 작품 외에도 세 선수 각각의 초상화도 그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남아공 월드컵 개막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전시회에선 와일리가 이 세 축구선수를 찾아가 인터뷰하는 장면만 동영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푸마 측은 “단결과 세 선수 초상화의 배경이 되는 독특한 패턴들을 응용해 의류와 신발 등을 만들어 월드컵 개막에 맞춰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와일리가 찾아낸 아프리카 패턴이 글로벌 캐주얼웨어 업체를 통해 전 세계에 보급된다는 얘기다.
전시회에서 만난 와일리는 이러한 패턴을 “비옥한 땅에서 나온 따뜻한 색깔들, 말하자면 아프리카의 풍성함을 상징하는 색깔”이라고 했다. “2년 전 아버지의 나라인 나이지리아를 포함해 서아프리카를 여행했다. 거기서 아프리카는 꿈이 아닌 그려낼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 되었다.”
케힌데 와일리의 그림 ‘단결’. 세 명의 아프리카 축구 영웅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
그는 패턴뿐 아니라 그림 속 인물들의 포즈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이번 ‘단결’의 경우 세 명의 축구 선수는 카메룬에서 발견한 조각상의 세 남자와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포즈는 아프리카 미술에서만 따온 것은 아니다. 유럽 미술작품 속에 등장하는 포즈도 많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종교의 역사는 그림에 반영돼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프리카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그 안에 없었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외모의 사람들이 다양한 미술사 속에 등장하는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
베를린=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