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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아프리카의 꿈틀거리는 색과 패턴을 불러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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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아프리카에선 녹색도 파란색도 빨간색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색깔이 아니다. 강렬한 태양 아래 비친 그들 자연의 색깔은 북반구의 태양 아래 사는 우리들이 느끼는 것과는 다른 빛깔을 내나 보다. 그들은 독특하고 오묘한 색깔과 문양으로 옷을 해 입는다. 올해 푸마는 이런 아프리카의 패턴을 캐주얼웨어에 재현하겠다고 했다. 일명 ‘아프리카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기념해 내놓은 시리즈다. 푸마가 이런 패턴을 구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시장을 뒤진 건 아니다. 유명한 미국 출신 흑인 화가 케힌데 와일리(Kehinde Wiley·사진)의 작품에서 따왔다.

미국 예일대 아트스쿨 출신의 와일리는 도시의 흑인들을 그린 장식적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구해온 옷감이나 장식에서 따온 현란한 패턴을 배경으로 아프리카계 미국 남성들의 초상을 그린다. 그가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브레드앤버터 패션박람회(BBB)에 참가해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푸마가 후원한 것이다.

푸마가 와일리의 아프리카 패턴을 넣어 만든 운동화

이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은 단 한 점. 단결(Unity·2.8×3.7m)이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엔 세 명의 아프리카 축구선수가 등장한다. 카메룬의 영웅 스트라이커 사무엘 에투, 가나의 축구영웅 존 멘사, 코트디부아르의 축구천재 에마누엘 에부에다. 국적이 다른 이 세 축구 선수는 흰 상의에 오렌지색 하의로 된 똑같은 축구복을 입고 서로 손을 맞대고 서 있다.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은 우리의 당초문양처럼 생긴 아프리카 식물과 꽃의 패턴이다. 분열과 혼돈의 땅, 아프리카가 스포츠를 통해 단결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이라고 와일리는 설명했다.

와일리는 이 작품 외에도 세 선수 각각의 초상화도 그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남아공 월드컵 개막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전시회에선 와일리가 이 세 축구선수를 찾아가 인터뷰하는 장면만 동영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푸마 측은 “단결과 세 선수 초상화의 배경이 되는 독특한 패턴들을 응용해 의류와 신발 등을 만들어 월드컵 개막에 맞춰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와일리가 찾아낸 아프리카 패턴이 글로벌 캐주얼웨어 업체를 통해 전 세계에 보급된다는 얘기다.

전시회에서 만난 와일리는 이러한 패턴을 “비옥한 땅에서 나온 따뜻한 색깔들, 말하자면 아프리카의 풍성함을 상징하는 색깔”이라고 했다. “2년 전 아버지의 나라인 나이지리아를 포함해 서아프리카를 여행했다. 거기서 아프리카는 꿈이 아닌 그려낼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 되었다.”

케힌데 와일리의 그림 ‘단결’. 세 명의 아프리카 축구 영웅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

그는 ‘구체적인 영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아프리카 섬유의 패턴을 차용했다. 이러한 패턴은 암시장과 노점상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옷감과 섬유를 만들고 염색하는 과정을 보면서 찾아낸 것들이다. 또 도시의 거리에서 만난 평범한 이들의 옷 문양에서 영감을 얻어 재해석해 패턴을 완성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패턴뿐 아니라 그림 속 인물들의 포즈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이번 ‘단결’의 경우 세 명의 축구 선수는 카메룬에서 발견한 조각상의 세 남자와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포즈는 아프리카 미술에서만 따온 것은 아니다. 유럽 미술작품 속에 등장하는 포즈도 많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종교의 역사는 그림에 반영돼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프리카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그 안에 없었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외모의 사람들이 다양한 미술사 속에 등장하는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

베를린=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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