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남북 군사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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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남북한 군 당국자간 접촉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경의선(京義線) 공사 관련 실무접촉과 2차 국방장관회담 일정에 대한 윤곽도 잡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북측이 급변하는 대내외적 상황 속에서 우선순위와 내부입장 정리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 뜻밖의 복병 DMZ 관할권=북측은 지난달 비무장지대(DMZ)내의 원활한 공사진행과 안전보장을 위해 유엔사측에 '공사관련 협상권의 남측위임' 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유엔사측이 지난달 14일 위임서한을 전달하자 북측은 다시 "공사완료 이후의 해당지역 관할권도 위임해 달라" 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는 심사숙고 끝에 이달 초 "법적인 문제가 야기되는 관할권은 기존대로 하되 해당지역의 관리.운영권은 남북한이 갖도록 하자" 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 북측에 전달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유엔사는 남북간 관계개선을 적극 지원하지만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전협정 체제를 함부로 허물 수는 없다는 입장" 이라고 설명했다.

북측은 이에 대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북측의 태도 여하에 따라 관할권을 둘러싸고 힘겨운 줄다리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국방부는 북측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유엔사측과 충분한 조율과정을 거쳐 북측과 협상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 장관회담의 분리추진=군은 경의선 관련 접촉이 지지부진한 점을 감안, 국방장관 회담을 이와 분리해 추진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핫라인 설치 등 긴장완화 조치의 논의가 군사접촉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 라며 "일부 걸림돌이 생긴 경의선 접촉보다 장관회담 개최에 힘을 모을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이 김일철(金鎰喆)인민무력부장에게 회담 촉구서한을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장관회담도 미국의 대선 결과와 미사일 협상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북측이 이를 제쳐두고 쉽게 응할지는 아직 미지수. 현재로선 이 역시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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