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총장,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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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사진) 서울대 총장은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논란 중인 고교등급제와 관련, "대학에서 (시행)하면 그만이지 색출해서 야단치면 어떻게 하느냐. (고교등급제를 비롯해 대학입시를) 대학에 맡기는 기본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지난 7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대입에 대한 자율성과 서울대의 지속적인 학사 구조 개혁을 강조했다.

◆대학 구조 2차 조정=조만간 국사학과.동양사학과.서양사학과 등 역사 3과의 통합을 발표할 것이고, 현재 정치학과와 외교학과 통합을 권장하고 있다고 정 총장은 말했다. 또 학부를 축소하는 대신 전문대학원으로의 전환을 고려 중이라며, 법학과를 법과대학원으로 전환할 계획이고, 장차 경영대와 의과대 역시 전문대학원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대는 지난 6월 2005학년도 전체 입학정원을 2004학년도보다 625명(16.1%) 줄인 3260명으로 확정하는 1차 학사 구조 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정 총장은 "구조조정 후 서울대의 학사 구조는 1층은 장기적으로 학부대학으로 성격이 바뀔 기초교육원과 전문교육대학(생활대학.약학대학 등)으로 이뤄지고, 2층은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예일대의 경우 매년 적정 선발 인원을 1300명으로 보고 있다"며 "서울대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적당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말하기 힘들지만 지금보다 더 줄이는 것이 희망"이라고 구조 조정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대학 입시 자율화=대학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독자적인 기준과 방법을 가지고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정 총장은 역설했다.

이어 일선 고교에서는 학생과 교과과정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대학이 이를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교 학생부의 신뢰성과 변별력이 낮아 대학에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고교등급제가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와 연관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 대학 선발 인원의 3분의 1 정도는 본고사 형태의 시험을 치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의 발언에 대해 동조했다.

◆고교 평준화=고교 평준화에 대해서는 재검토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정 총장은 "또 말하면 욕먹을 것"이라며 "학생의 능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뛰어난 학생을 골라 키우기 힘들기 때문에 (평준화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평준화가 평등사회로 연결된다는 생각에 반대"라면서 "대입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한국의 풍토에서 부모로부터 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집 자제들의 계층이동이 불가능한 만큼 평준화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때 대통령교육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를 중심으로 거론됐던 서울대 폐지를 포함한 대학평준화에 대해서는 "그런 시도까지 하게 된다면 한국의 장래는 어두울 것"이라며 우려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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