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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반환 협상 정신문화연구원 내부 갈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한국정신문화연구원(원장 한상진.이하 정문연)이 한창 시끄럽다. 원장과 교수.연구원들 사이의 내부 갈등 탓이다.

국학(國學)연구의 중추격인 정문연 내홍(內訌)의 진원지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다. 한상진 원장은 이번 외규장각 도서 협상의 한국측 대표. 우리 문화재를 내주고 외규장각 도서를 찾아온다는 정부의 이른바 '맞교환 반환방식' 을 주도한 사람이다.

이에 대해 산하 장서각의 국학팀 등 정문연의 교수와 연구진이 급기야 "말도 안된다" 며 반대하고 나섰다.

국학팀은 지난 9일 연구원 홈페이지(http://www.aks.ac.kr)의 게시판을 통해 '외규장각 도서에 관한 장서각 국학팀의 입장' 을 공개했다.

이 글에서 이들은 "외규장각 도서는 값어치를 따지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며 맞교환방식 절대 불가(不可)입장을 밝혔다.

또한 "한원장이 정문연의 원장이긴 하지만 협상은 연구원과는 무관하다" 며 "한원장은 (협상에서)이(利)를 따지기 보다는 의(義)를 취하는 군자가 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들이 이처럼 발끈한 이유는, 만약 앞으로 계속될 협상이 정부의 뜻대로 맞교환방식으로 끝날 경우 장서각 소장 유물(의궤 등)의 상당수가 그 교환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처지의 서울대 규장각도 같은 방식에 의한 문화재 반출은 안된다는 뜻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국학팀의 반대 입장에 정문연 교수들도 동조하고 나서 파문은 점차 확산될 조짐.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30여명은 10일 긴급회의를 열어 등가교환 반대 등을 내용으로 한 '교수협의회의 입장' 을 발표했다.

이들은 조만간 보다 구체적인 성명서도 낼 예정이어서 한원장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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