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부시 전화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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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 선거 역사 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플로리다주 재개표 결과가 8일(현지시간) 67개 카운티별로 속속 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되면서 양진영 캠프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플로리다주 재검표 결정이 난 후인 8일 오전(현지시간) 고어가 부시에게 두번째로 전화해 자신의 당선 축하전화를 취소한다고 밝히면서 두 사람이 한때 설전을 벌였다고 CNN이 보도.

당시 당선 수락 연설문을 손에 들고 있던 부시는 "확실히 합시다. 지금 당신이 선거에 졌다고 시인한 걸 취소하려고 다시 전화를 했단 거요" 라며 크게 화를 냈다는 것.

그러자 고어가 "당신은 이 문제에 대해 그렇게 건방지게 대응해선 안될 거요" 라고 가시돋친 말로 응수한 후 감정이 삭지 않은 듯 "당신 동생인 젭 부시 주지사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하시오" 라고 쏘아붙였다고.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8일 고어와 부시 모두에게 축하를 보내고 최종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힐러리 여사의 뉴욕주 상원의원 당선을 지켜보고 백악관에 도착한 그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 국민의 한 표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 선거였다" 고 평한 뒤 "나 역시 나의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선 열렬한 관전자이며 국민이 뜻을 밝혔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좀더 기다려야 알 것 같다" 고 말했다.

한편 힐러리는 상원의원 임기 6년 동안 뉴욕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일할 것이며 2004년 대통령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시의 한 측근은 부시가 당선이 확정되면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을 국무장관에, 콘돌리자 라이스를 국가안보보좌관에 기용하고 정권인수팀장엔 딕 체니 부통령을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직후 성급하게 '부시 승리' 를 보도했던 신문들이 인터넷 경매상품으로 등장했다.

최대 온라인 경매회사인 '이베이닷컴' 은 이날 붉은 색의 큰 활자체로 '부시 승리' 라는 제목을 단 '뉴욕 포스트' 새벽판과 역시 비슷한 제목으로 부시 승리를 보도한 '마이애미 헤럴드' 를 경매상품으로 내놓았다.

1부당 25센트인 뉴욕 포스트는 30.01달러에 나왔고 마이애미 헤럴드는 5.99달러였으나 구매자가 거의 없었다.

대선과 관련한 대형 오보는 1948년 '시카고 데일리 트리뷴' 이 '듀이, 트루먼 누르고 승리' 라고 보도했으나 해리 트루먼이 대통령으로 당선한 경우가 있었다.

당시 이 신문은 경매에서 4백5달러에 팔렸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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