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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매장 수수료 너무 높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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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형 백화점들이 업체에게 매장을 내주고 받는 수수료가 치솟고 있다.

롯데.현대백화점이 최근 매출이 줄자 입점업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올여 마찰을 빚고 있다.

수수료는 백화점이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판매업체로 부터 받는 것으로 평균 35%~37%에 달한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본점.잠실점.부산점 등 주요 점포에서 아동복매장의 수수료를 36%에서 37%로 올렸다.

성인 의류와 생활용품.잡화매장의 수수료는 35%에서 36%로 올렸다. 현대백화점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움직임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이혜숙 실장은 "백화점간 수수료 경쟁 때문에 올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의류 가격이 지난해보다 5~10% 비싸졌다" 며 "백화점의 수수료 인상이 결국 소비자에게 손해를 준다" 고 지적했다.

李실장은 "백화점들이 국내 업체에만 수수료를 높이는 데도 문제가 있다" 며 "해외 명품 매장을 늘리면서 손해보는 수수료를 국내업체에 떠넘기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고 말했다.

프라다.구찌.루이뷔통.버버리.페라가모 등 해외 명품의 수수료는 13~15% 수준이다.

롯데 상품 본부 관계자는 "해외 명품업체들은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하면 '매장에서 철수하겠다' 고 버티는 바람에 국내업체에만 올렸다" 고 설명했다.

국내 의류업체들은 백화점 수수료율이 35%를 넘어서면 곤란하는 주장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불안해 매출이 상반기보다 30% 이상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백화점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려 적자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에 매장이 있는 한 신사복업체의 관계자는 "사은행사 지원비에다 판매사원 인건비.광고비 등을 합치면 실제 수수료율은 50%에 달한다" 며 "괘씸죄에 걸릴까 봐 수수료 인상에 대해 항의할 생각도 못하는 형편" 이라고 말했다.

롯데.현대백화점은 최근 공정거래위로부터 입점업체에 각각 12억6천만원과 4억1천만원의 광고비를 전가한 혐의로 적발됐다.

미국.일본 등 외국 백화점의 수수료는 40~45% 수준이다. 하지만 매장관리비나 인건비.광고비 등 모든 비용을 백화점측이 부담해 추가 비용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유명 의류업체의 경우 거리 매장이 대부분 없어져 전체 매출의 60~90%를 백화점에 의존하고 있다.

의류업체 관계자는 "백화점 수수료 때문에 의류 판매가격을 원가의 2~3배 수준에서 결정한다" 며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고 말했다.

롯데.현대백화점의 자존심 싸움도 수수료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의 하나다.

현대가 지난 2월 아동복 매장의 수수료를 롯데 수준으로 1%포인트 올리자 롯데는 다시 1%포인트를 인상했던 것.

롯데 관계자는 "업계 1위라는 자존심 때문에 현대보다 1%포인트는 더 받아야 한다는 내부 불문율이 있다" 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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