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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선택 ] 선거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40년만의 박빙, 어쩌면 미국 선거 역사상 가장 특이한 선거로 기록될 승부.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대선전은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반전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미 대륙뿐 아니라 전세계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어안이 벙벙하게 하는 사태가 마구 속출했다.

특히 플로리다에서는 표차가 불과 1천7백여표밖에 나지 않자 주 법에 따라 미국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재검표를 하기로 하는 등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고어와 부시는 이날 방송사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한 7일 오후 7시(현지시간)부터 고어측의 요구를 플로리다주가 받아들여 재검표 결정을 하기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초반 켄터키주 등에서 승리하면서 기선을 제압했던 부시 진영은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CNN.ABC 등 주요 TV방송국들이 일제히 펜실베이니아(23명).미시간(18)과 함께 플로리다 등에서도 고어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고 발표하자 크게 낙담했다. 이 때 선거인단 수에서도 부시는 1백85명으로 1백92명의 고어에게 약간 뒤지고 있었다.

당초 부모인 부시 전 대통령 부부 등 가족과 함께 호텔 스위트룸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려던 부시는 이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주지사 관저로 직행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플로리다가 경합지역으로, 미시간은 부시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고, 12시를 전후해서는 부시가 선거인단 2백17명을 확보해 1백72명에 그친 고어를 다시 눌러 희비가 엇갈렸다.

고어가 최대 선거인단을 갖고 있는 캘리포니아(54)를 차지하면서 또 한번 뒤바뀐 판세는 오후 4시30분쯤 부시가 선거인단 2백71명을 확보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승부가 갈리는 듯했으나 재검표로 이어져 양측 진영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고어와 부시는 투표를 한 뒤 7일 오후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어의 한 측근은 "고어가 서부지역의 유권자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벌이고 방송사들과 인터뷰하느라 38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했다" 고 전했다.

부시는 물론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 머물고 있는 그의 부모인 부시 전 대통령 부부도 "최근 수년간 이렇게 늦게까지 자지 않고 있은 적이 없다" 고 말해 초조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편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는 유권자 투표에서 앞선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 독식 방식을 택하지 않고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나눠 갖는 예외지역이다. 그러나 메인주에선 고어가 선거인단 4명을, 네브래스카주에선 부시가 5명을 모두 가져갔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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