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문의 새 길] 안치운씨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대학교수=최고 지성' 으로 평가받는 풍조에서 학교 밖의 독자생존을 모색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신고(辛苦)의 세월 그 자체다.

철저한 연고주의로 엮인 '학문권력' 의 횡포 탓인데, 그 설움과 핍박을 견뎌야 새로운 경지의 인간형이 보인다. 하지만 그 체제 밖의 인간이란 실상 천연기념물처럼 드문 게 우리의 현실이다.

안치운(44)은 그런 점에서 독특하다. 안씨도 제도권 진입을 위해 그 주변을 두리번 거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실패였다. 그를 그럴듯한 말로 치장하면 체제 밖의 자유인이다. 교수가 아닌 일개 연극평론가일 뿐이다.

안씨는 나름대로 연극.영화 등 예술교육 분야에서 강세라는 중앙대 연극영화화과 출신. 인맥으로 보면 그도 빠지지는 않지만, 일찍이 전공분야인 연극 현실에 대한 시니컬한 비평으로 기성 제도권력의 미움을 샀다.

당연히 이런 '밉보임' 은 그를 대학교수로 낙점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됐을 것이다. 반발이랄까. 그는 아예 돈 안되는 전업 글쟁이(물론 이곳저곳 시간강사로는 뛴다)로 나섰다.

안씨는 프랑스의 정부장학금으로 파리 제3대학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 초 귀국, 그간의 인상비평의 한계를 극복하는 지적이며 분석적인 글쓰기로 연극비평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본격 인물비평서인 '추송웅연구' (92년)를 비롯해 '연극제도와 연극읽기' '한국연극의 지형학' 등 여러 권의 책을 냈다.

정재왈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