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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강릉 남대천 오염문제 9년째 소모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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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릉시의 젖줄인 남대천 오염문제를 놓고 한전과 강릉시가 9년째 설전을 벌이는 사이 수질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강릉시와 시의회는 오염 주범이 강릉수력발전소 방류수라며 수차례에 걸쳐 천문학적인 피해보상과 발전소가동 자제를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한전은 요구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사실상 발전소 폐쇄를 요구하는 것" 이라고만 할 뿐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오염 분쟁=시와 시의회가 남대천 수질 오염의 주범으로 1991년 가동을 시작한 강릉수력발전소에서 발전 방류수로 사용하고 있는 평창군 도암댐(저수용량 5천1백만t)의 오염된 물을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평창군 횡계 지역 축산.생활 오수로 인해 호소 수질기준 4~5등급으로 오염된 도암댐 물을 발전소가 끌어다 쓴 뒤 남대천 상류로 방류,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이때문에 하루 2만5천t의 상수원수를 취수하던 홍제동 취수장이 91년부터 가동이 중단됐을 뿐 아니라, 남대천에 물고기가 사라지고 하류 지역의 어패류 서식이 줄어드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시측의 주장이다.

강릉시는 "자체예산 6백20억여원을 들여 98년까지 남대천 정화사업과 하수종말처리장 건립을 했지만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발전 방류수 유입 때문" 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방류수가 유입되지 않은 남대천 상류 오봉댐은 1~2급수를 유지하고 있으나, 방류수가 섞인 중류는 3~4등급, 하류는 최하급(4~5등급)상태를 맴돌고 있다.

◇ 강릉시 대응=강릉시는 이에따라 지난해 법원에 '강릉수력발전소 발전방류금지 가처분 신청' 을 제기해 논 상태다.

또 용역 결과를 근거로 최근 한전측에 ▶도암호의 수질이 2급수 이상일때에만 방류하고 ▶남대천 오염에 따른 직.간접 피해액(1천2백억~1천8백억여원)을 보상해 줄 것 ▶도암댐안 선택적 취수시설중 3, 4취수구를 폐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 한전 반응=한전은 "강릉시의 요구는 사실상 국가기간 시설인 수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라는 것" 이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강릉수력발전소 최창석(崔昌錫.48)발전부장은 "지난해의 경우 1억8천5백여㎾h의 전력을 생산해 30억여원의 결손이 났다" 며 "적자 상태에서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고 말했다.

다만 홍제동 취수장 사용 중단에 따른 새로운 상수원 물값을 떠맡고, 2002년까지 용역을 통해 남대천 수질개선 방안 마련을 찾아 시행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 전망=강릉시는 "한전측의 주장은 시간끌기에 불과하다" 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제기하고 범시민단체를 구성해 실력행사를 벌여나가겠다" 고 밝혔다.

법원.환경분쟁조정위 등 제3자가 설득력 있는 조정안을 내놓을 때까지 소송.시위등 소모전이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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